"독학 골프 후회 없다…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 남아"
(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요즘 한국 골프의 최고 인기 스타는 단연 최호성(45)이다.
세계 골프팬들을 매료시킨 '낚시꾼 스윙'과 함께 고등학생 때 절단된 엄지손가락, 그리고 26세에 골프채를 잡은 스토리 등이 알려지면서 최호성은 그야말로 벼락스타가 됐다.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최호성은 "내 스윙은 100% 내가 만든 것"이라면서 "평생 누구한테도 골프 스윙을 배워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 알려졌듯이 최호성(45)은 26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안양 컨트리클럽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였다.
그는 지금도 처음 드라이빙레인지에서 클럽을 휘둘렀을 때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1998년 1월 8일이었다. 일제 중고 퍼시몬 클럽이었는데 뒤땅을 너무 세게 때려 헤드가 부러지면서 볼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공이 딱딱 맞아 나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그는 골프 잡지에 실린 스윙 사진을 참고로 해서 연습을 했다.
"정말 무작정 연습만 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누구도 옆에서 봐준 사람이 없었고 누구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최호성은 "사실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스윙은 지금보다 더 이상했다. 연습을 하다 보니 나한테 가장 맞는 폼이 나오더라"며 웃었다.
골프채를 잡은 지 3개월 만에 KPGA 세미프로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객기를 부리기도 했던 그는 1999년 세미프로가 됐다. 골프채를 손에 쥔 지 1년 만이다.
최호성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소질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워낙 힘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치에게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더 좋아졌을지 (나만의 스윙을 찾지 못해) 더 나빠졌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독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스무 살 이전에 시작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성은 1999년 9월부터 KPGA 2부 투어에서 선수로 뛰기 시작했다. 직원으로 일하던 안양 컨트리클럽에서 퇴사한 그에게 닥친 현실은 차가웠다.
"아무 족보도 없는 무명 2부 투어 선수에게 연습조차 할 공간을 내주지 않더라. 연습장을 찾아다니면서 구걸하듯이 샷을 갈고 닦았다."
잡초처럼 버티던 그는 2001년 2부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상금왕에 올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경기도 광주시 조광 골프연습장의 배려가 내 골프 스윙의 완성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2004년부터 코리안투어에서 뛰기 시작했지만 최호성의 생존형 스윙은 달라지지 않았다.
"투어 프로가 되고도 레슨을 받을 여유는 없었다. 당장 살아가기에도 빠듯한 형편에 돈을 주고 스윙을 배울 수는 없었다."
최호성은 자신의 스윙을 '생존형'이라기 보다는 '현실형'이라고 규정했다.
"당장 볼을 멀리, 원하는 지점으로 보내야 한다는 게 내 스윙의 본질"이라면서 "그것 말고는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최호성의 '현실 감각'은 스윙에만 머물지 않는다.
"선수로서 목표나 꿈은 딱히 없다. 사람 일이 내일을 모른다. 그저 당장 눈앞에 놓인 한 샷, 오늘 치러야 할 라운드, 이번 주 대회에서 충실할 뿐이다."
오는 9월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대회에 나와달라는 초청 의사를 최근에 전달받았지만 선뜻 수락하지 못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 코가 석 자다. 내년 일본투어 시드를 유지하려면 80위권인 상금순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나와달라는 유럽투어 대회가 일본투어에서 꼭 나가야 할 대회와 겹친다."
최호성은 "모처럼 응원과 애정을 듬뿍 보내주시는 한국 팬들에게도 더 자주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급한 게 일본투어 시드라 당분간 일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생의 꿈을 묻자 그는 "별다른 게 없다. 가족이 모두 행복한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고 답했다.
아내 황진아(37) 씨와 13살, 12살 두 아들을 둔 최호성은 "두 아들이 간절하게 하고 싶다면 모를까 일부러 골프를 시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2013년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14년부터 일본투어에서 뛰는 최호성은 "사실 '낚시꾼 스윙'은 이미 일본에서 꽤 유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의 우치다 마키 기자가 최호성의 스윙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제법 화제가 됐다.
최호성은 "내 스윙을 맨 처음 보도한 우치다 기자가 지난 5월에 타계했는데 가보지 못했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하찮은 내게 이런 애정과 관심을 둬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는 최호성은 "투어 선수들은 경쟁자이자 직장 동료고 같은 팀원이다. 내 경기 모습에 팬들이 즐겁고 더 많은 팬이 와주신다면 동료들에게도 좋은 일 아니냐"고 활짝 웃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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