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합의 틀 안에서 9년 만에 핵연료 시설 가동
외화 유출 최소화…자급자족 경제 '진지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수출선을 끊으려는 '고사 작전'을 펴며 압박 강도를 높이자 이란도 이에 한 치의 양보 없이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8일 낸 자료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함에 따라 이란과 거래·제재규정(ITSR)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최종 개정안은 지난달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8월 6일 재개되는 대이란 제재의 내용을 상세히 서술했다.
이란에 대한 민항기와 부품 수출 면허와 같은 대규모 거래뿐 아니라 카펫, 피스타치오, 캐비어 등 이란 특산품의 미국 수출도 제재 대상에 다시 포함됐다.
미국은 이와 함께 한국, 인도, 일본 등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동맹국에도 11월 4일까지 수입량을 '0'으로 줄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달 미 재무부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감축하는 실적을 보고 제재 예외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도 했지만, 이번에 아예 그 가능성마저 닫았다.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이란 제재 결의안을 의결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란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핵협상을 성사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입지가 곤란해지는 상황이다.
반미 보수파 의원들은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내각 총사퇴를 일축하긴 했지만, 미국의 거세지는 공세에 협상보다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강경하게 미국과 대치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기는 모양새다.
로하니 대통령은 28일 "적(미국)이 이란을 다시 제재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 "미국의 음모와 협박에 1년만 굴복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고 연설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을 무릎 꿇리겠다고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힘을 모아 인내와 관용으로 모든 적대 공세에 맞서야 한다"면서 "굴복은 이란의 위대한 명예의 종말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자 예고한 대로 핵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이란 원자력청은 27일 이스파한의 핵연료 시설을 9년 만에 재가동했다. 우라늄 원광을 화학적으로 정련한 옐로케이크를 주입해 육불화우라늄(UF6)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육불화우라늄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에 주입되는 기체다.
이런 핵활동이 핵합의를 위반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핵무기 제조의 첫 단계인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낸 셈이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를 차단하려는 데 대해서도 이란은 유럽 측 핵합의 서명국(영·프·독)에 대책을 이달 안으로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또 미국의 압박으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 그 감소분도 유럽 측이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이란의 원유 수출(가스 콘덴세이트 포함 하루 평균 약 250만 배럴) 가운데 아시아가 65%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의 경제 전쟁 선전포고에 이란 정부는 수입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자급자족하려는 '진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은 올해(3월21일 시작)를 '국산품 애용의 해'로 선포하고,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은 수입을 속속 금지했다.
또 시중 사설 환전소의 환전 영업을 4월부터 전면 금지한 뒤 외환 거래가 필요한 수출입을 모두 중앙은행에 신고해 외화를 할당받도록 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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