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냉해 이어 병해충 창궐…시름하는 농촌 들녘

입력 2018-06-30 08:30  

동해·냉해 이어 병해충 창궐…시름하는 농촌 들녘
꽁꽁 언 사과·배 수정 장애 겹쳐 착과율 10%가량 감소
화상병·먹노린재 등 치명적 병해충 장마철 확산 추세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 1월 강추위와 봄철 기습 한파로 충북지역 과수의 동해·냉해가 심각한 가운데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화상병까지 번져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벼 재배단지에는 돌발해충인 먹노린재가 창궐하고, 고추밭에는 '컬러병'이라고 불리는 바이러스병이 돌아 풍년 농사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장마철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 병해충이 급속히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꼼꼼한 예찰과 방제를 당부하고 있다.

◇ 냉해 입은 사과·배·복숭아 3천500㏊
지난 4월 7∼8일 충북 보은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6도를 기록했다. 충주·제천에는 서리까지 내리는 등 도내 전역에 기습한파가 몰아닥쳤다.
이 시기는 사과·배·복숭아 등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개화기다. 과일 꽃은 영하의 기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암술 씨방이 얼어 수정장애를 겪게 되고, 어렵게 열매를 맺어도 발육이 부진하거나 기형이 되기 쉽다.
이 기습한파로 충북에서는 과수 3천458㏊와 채소 8㏊, 인삼 5㏊가 피해를 봤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과수 꽃이 펴 열매 맺는 2∼3주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한파 피해로 사과·복숭아 착과 수가 전년보다 각각 9.6%, 14.8% 줄고, 배의 봉지 수도 14.8% 감소했다"고 말했다.
마늘·양파 등 월동작물 동해도 심각하다. 지난 1월 영하 15∼20도까지 떨어진 강추위를 버티지 못해 얼어 죽은 것이다.
충북도가 집계한 농작물 동해 규모는 157㏊에 이른다. 마늘이 71㏊로 가장 많고, 양파 20㏊, 포도 18㏊, 복숭아 12㏊, 블루베리 11㏊ 순이다.
보은군 탄부면 대서마늘작목반 신경용 회장은 "마늘 줄기가 20㎝정도 자란 상태에서 한파에 노출됐다"며 "2중 비닐을 씌운 밭의 마늘은 절반이라도 건졌지만, 한 겹만 씌운 곳은 갈아엎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동해가 심각한 농가에 1억7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냉해 농가에도 농약대와 대파대 78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 제천 사과밭에 '과수 구제역' 화상병 확산
제천시 백운면에서는 치료법이 없어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화상병이 급속도로 번지는 추세다.

지난달 4일 사과밭 2곳이 첫 화상병 확진을 받은 이후 감염 농장이 13곳으로 늘었다. 또 다른 농장 13곳에서도 의심신고가 들어와 정밀검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의심 신고된 농장의 과수도 전형적인 화상병 증상을 보여 확진 판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신고가 이어지는 추세여서 이 병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화상병은 사과·배에 주로 피해를 주는 식물병이다. 병에 걸린 나무는 흑갈색 병반이 나타나면서 잎이 시들고, 줄기가 서서히 마르기 시작해 결국은 검게 변하면서 죽는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발생 농장 주변 100m 안에 있는 과수는 뿌리째 캐내 땅에 묻은 뒤 생석회 등으로 덮어 살균하게 돼 있다.
정부는 이 병이 발생한 농장에 대해 3년 동안 사과·배·자두 등을 심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2015년에도 사과 화상병이 발생했다. 따라서 잠복했던 세균이 다시 살아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병은 최근 강원도 평창에서도 발생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 벼 갉아먹는 먹노린재도 비상…방제 시급
옥천과 괴산의 친환경 배 재배단지에는 벼 줄기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 먹는 먹노린재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6개면의 벼가 자라는 논 10.8㏊를 예찰한 결과 4.4㏊에서 먹노린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먹노린재는 1971년 국내에 처음 보고된 돌발해충이다. 몸길이 0.8∼1㎝에 검은색을 띠고 있어 얼핏 봐 서리태(검은콩)와 비슷하다.

통상 6월 하순 논에 날아들어 7∼8월 알을 낳는 데, 이 무렵 벼에 피해를 줘 말라죽게 하거나 쭉정이로 만든다. 대개 논 주변 산림과 수풀에서 월동하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여러 해에 걸쳐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옥천에서는 작년에도 먹노린재가 집단 발생해 약 400㏊의 논에 피해를 줬다. 일부 논은 70% 가까이 벼 수확량이 줄어드는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먹노린재가 처음 출현한 날은 7월 4일이다. 올해는 이보다 20일 앞서 지난 15일부터 출현이 확인됐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5월 이후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먹노린재 출현이 앞당겨졌고, 발생면적도 늘었다"며 "방제효과를 높이려면 산란기 이전 약을 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주와 영동의 고추밭에서는 '컬러병'이라고 불리는 토마토 반점 위조 바이러스도 발생했다.
고추·토마토·파프리카 등에 주로 나타나는 이 병은 줄기가 마르면서 구부러지고, 잎이 오글거리면서 뒤틀리면서 원형 반점이 생긴다.
열매가 얼룩덜룩해지면서 못쓰게 돼 농민들은 '컬러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 병은 총채벌레가 옮기는 데, 장마철 방제에 소홀할 경우 급격히 확산할 수 있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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