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이 불과 1년 만에 미얀마를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재지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각) 발표한 '2018년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에서 미얀마의 인신매매 평가 등급을 2등급(Tier 2)에서 3등급(Tier 3)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등급을 상향 조정한 지 이후 불과 1년 만이다.
미얀마의 인신매매 실태 등급 하향 조정에는 미얀마 군부가 연루된 '로힝야족 유혈사태'와 소수민족 반군과의 내전 수준의 충돌 들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버마(미얀마) 정부가 인신매매 일소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눈에 띄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등급 하향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특히 "서부 라카인주에서 이뤄진 미얀마 군부(Tatmadaw)의 작전은 수십만 명의 로힝야족과 소수민족의 피란을 유발했고, 결국 이들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 인신매매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동족을 위해 싸우겠다며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고, 이에 맞서 정부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 작전에 나섰다.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약 38만 명이 미성년자이며, 최소 30%가 5살 미만의 어린아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난민촌의 어린 여성들 가운데 일부가 생활고 등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신매매 조직의 먹잇감이 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보고서는 또 "소년병을 찾아내 소집 해제하려는 일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소년병 모집은 계속됐다"며 "또 당국은 소수민족 반군 그룹 내 소년병 일소를 위한 유엔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서 막아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얀마군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소년병을 모집하고 있으며, 일부 정부관리들이 성 착취와 노동력 거래를 위한 인신매매에 관여했다는 보고도 있다고 국무부는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군부와 반군에 의한 미성년자 이용과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소수민족 반군과 유엔 간의 소년병 모집 근절 협약 체결 등을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고서는 반 인신매매 법령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미얀마에서 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적인 지위를 부여해 인신매매 위협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