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야만 한다"…수원 500년 느티나무 구하기 대작전

입력 2018-06-30 07:13   수정 2018-06-30 12:20

"살려야만 한다"…수원 500년 느티나무 구하기 대작전
살아있는 뿌리·새로운 싹·새 묘목 활용 등 다각적 검토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장맛비에 부러진 500년 된 수원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를 살리려는 긴급 복원대책이 마련된다.
30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3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느티나무 사거리 부근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부러졌다.



1790년 조선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성할 때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고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영험한 나무다.
나무 높이는 33.4m, 둘레는 4.8m에 이른다.
매년 영통 주민들이 나무 주변에서 영통청명단오제를 열고 있다.
1982년 10월 보호수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5월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에 선정되는 등 수원시민에게는 소중한 나무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번 장맛비에 느티나무가 세 갈래로 쪼개지듯 부러지면서 수원시민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는 사고 직후 느티나무를 되살리기 위한 긴급 처방에 나섰다.
시와 전문가들이 살펴본 바로는 다행히 느티나무의 뿌리는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느티나무 옆에는 새싹(맹아)이 올라오고 있고 기존 느티나무에서 떨어진 씨에서 나온 묘목(실생묘)도 발견됐다.
새싹을 활용하거나 묘목으로 후계목을 육성하는 등 느티나무를 복원하기 위한 여러 옵션이 남아 있다.
또 부러진 나무를 배양해 복원하고자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느티나무 시료를 채취해 갔다.
시는 전문가와 시민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느티나무 복원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8일 나무병원 원장 4명과 녹지담당 공무원들이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한 데 이어 다음 달 2일에는 영통구청에서 시민대표와 전문가들이 모여 여러가지 복원대책을 발표한 뒤 최적의 복원방법을 정하기로 했다.





이미 생명력을 잃은 느티나무 가지도 소중하게 활용된다.
시는 세 갈래로 부러진 느티나무 가지를 3m 간격으로 잘라 자른 나무마다 숫자를 매겨 보관 중이다.
이 부러진 나무들은 앞으로 단오어린이공원 주변에 설치하려고 구상 중인 느티나무 관련 조형물이나 안내판 등 다양한 분야와 시설물에 활용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영통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는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최종 복원방법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느티나무에 대한 역사와 전설, 의미 등을 여러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느티나무 사고를 계기로 수원지역에 있는 다른 보호수 23종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벌여 동공(洞空)이 발생했거나 부패가 진행된 나무는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부패방지 약을 바르는 등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의 전문가가 음파장비로 느티나무와 23종 보호수에 생긴 동공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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