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이 50년간 이어온 내전을 끝내려고 추진하는 평화협상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9일 GMA뉴스 등 필리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망명 중인 필리핀 공산당 지도자 호세 마리아 시손은 전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과 더는 평화협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손은 또 "두테르테를 쫓아내는 운동에 참여하고 차기 정권과의 평화협상을 준비하는 게 더 쉽고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면 괜찮다"면서 "계속 싸우자"고 맞받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지난 50년간 그래 왔는데 30년 더 싸우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몰아붙였다.
이 때문에 모처럼 조성된 평화 무드가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시손은 29일 성명에서 "필리핀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끝내기로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공산 반군의 정치기구인 '필리핀 민족민주전선'이 협상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으며 자신은 자문만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은 애초 지난 28일 평화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필리핀에서는 1969년부터 벌어진 공산 반군의 무장투쟁으로 지금까지 4만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8월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은 평화협상을 시작하며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11월 평화협상이 백지화되면서 다시 서로 총구를 겨눴다.
1980년대 2만6천여 명에 달했던 공산 반군은 현재 4천여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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