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결기구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지원금 규정 준수 이례적 촉구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정부가 건강보험에 줘야 할 국고지원금을 해마다 축소하자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가 이례적으로 정부에 관련 법을 지키라고 일침을 가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참석위원들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정부지원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누구보다 법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정작 매년 법을 어기는 행태를 보이자 작심하고 쓴소리를 한 것이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하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건강보험제도와 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려면 국고지원 확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법적으로 건강보험에 매년 지급해야 할 국비지원금을 연례적으로 축소해 지원해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원규정을 지킨 적이 없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이를테면, 매년 예산편성 때 건강보험 지원규모를 추계하면서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인 보험료 인상률과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 소득증가율 등을 모두 반영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률만 반영해 과소 추계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해마다 법정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못 미치는 16~17% 정도만 지원해왔다.
정부는 올해도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20%'보다 6% 이상 적은 7조3천49억5천800만원을 국고지원금으로 정했다.
정부는 이렇게 해마다 적게 지원하지만, 정산작업을 통해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미지급 지원금을 추가로 주지 않았다.
해마다 4월이면 연례행사처럼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를 정산해서 미처 거두지 못한 보험료를 거두는 등 가입자한테는 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정부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건정심은 우리나라 의료정책을 의결하는 막강한 힘을 지닌 의사결정 기구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정하는 요양급여기준과 건강보험료율 등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항과 의사들의 수입에 직결되는 의료 수가도 모두 건정심에서 정해진다.
건강보험의 중요한 결정을 도맡은 건정심 구조는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와 비슷하다. 건정심 위원은 가입자 대표 8명과 의료공급자 대표 8명, 공익위원 8명, 위원장 등 총 25명으로 짜였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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