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통일부 주최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특별강연서 제안
"북미정상회담, '신뢰구축이 비핵화 촉진' 새 접근법…적극적 평화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은 29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평화협정 체결 전 단계에서 남·북·미·중 4자가 법적 효력을 갖춘 가칭 '종전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 명예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통일부가 개최한 '2018 한반도평화 심포지엄'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구축'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임 명예이사장은 "한반도 문제가 미중 갈등이나 분쟁의 빌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 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까지는 평화를 담보할 수 있도록 비핵화와 북미 적대관계 해소 등 냉전을 해체하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4자 평화회담에서 가칭 '종전협약'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분단 상황에서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한다고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며 "종전선언보다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법적 효력을 갖춘 가칭 '종전협약'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우선 종전선언을 하고 종전협약 체결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전협약의 개념에 대해 그는 "전쟁을 끝내고 통일 이전의 분단 상황에서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주요 실천과제들을 포괄적으로 담은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평화심포지엄] 임동원 "법적효력 갖춘 4자 종전협약 바람직"
구체적으로 종전협약에는 남북·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정상화 조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군비감축을 통한 군사력 균형 유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등 외국군 문제, 동북아 안보 협력 증진책, '남북연합' 구성 문제 등이 망라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그다음 단계는 협약에서 합의한 실천적 조치를 이행하는 것으로, "냉전구조를 대체하고 평화체제 구축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임 명예이사장은 규정했다.
그는 "이 이행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며 많은 국내외적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는 "평화의 직접 당사자인 남과 북이 주체가 되고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인하는(2+2+안보리)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임 명예이사장은 최근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불신에 기초한 강압적 방법이 아니라 '상호 신뢰구축이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확신에 기초한 새로운 접근 방법에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미)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0년 말까지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위한 불가역적 수준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과 실천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견해를 밝혔다.
또 미국 부시 행정부가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을 추진했던 것을 상기하며 "'Anything But Trump' 같은 현상이 일어나선 정말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쟁을 억제하는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를 지키면서도, 상대방의 적대 의도와 능력에 변화를 유도해 안보 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임 명예이사장은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서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주역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초에는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탄생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올해 4·27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단 단장을 맡았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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