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전 계급 경험한 첫 경찰청장…정부교체 후에도 유임
촛불집회·탄핵·대선·남북회담 등 경험…서울청 지휘부도 참석
문재인 대통령도 축전·선물…"노고와 헌신에 깊이 감사"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37년간 경찰 생활을 마치고 29일 정년퇴임을 한 이철성 경찰청장(60, 치안총감)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복이 많았고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동료 경찰관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임사를 통해 "부족함이 많은 제가 큰 조직의 책임자가 되어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선배·동료 여러분의 도움에 힘입어 무사히 소임을 마치게 됐다"며 "부족한 저를 끝까지 믿고 따라준 동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제20대 경찰청장인 이 청장은 198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경사 시절 간부후보(37기) 시험에 합격해 경위 계급장을 달고 경찰 최고 계급까지 올라 조직 내 모든 계급을 거쳤다.
1991년 경찰청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이래 전 계급을 경험한 경찰 총수는 이 청장이 처음이다. 정년 퇴임하는 첫 경찰청장이자 정부가 바뀌고도 중도 사퇴 없이 퇴직하는 최초 경찰청장이기도 하다.
그는 촛불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남북정상회담 등 재임 기간 중요 사건을 언급하며 "청장으로 보낸 지난 22개월은 셀 수 없는 고비와 도전의 연속이었다"며 "역사의 변곡점에서 경찰은 늘 중심에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청장은 "73년 경찰 역사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면서 "하지만 조직으로부터 받은 것에 비해 기여한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수사구조개혁은 역사적 정부 합의안을 이뤄냈지만, 아직 국회 논의를 남겨두고 있고, 자치경찰제와 같은 중요 현안도 끝까지 매듭짓지 못한 채 여러분에게 숙제를 넘기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후임으로 내정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두고 "훌륭한 성품과 뛰어난 능력으로 대내외 신망이 높은 분"이라며 "신임 청장을 중심으로 15만 경찰 가족 모두 하나 되어 경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을 믿는다"고 격려했다.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제 삶의 뿌리는 경찰이다. 영원한 경찰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평생 간직하겠다"며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말로 퇴임사를 끝맺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식에 축전을 보내 "정성을 다해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지켜주시고 영예로운 퇴임을 맞이하신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며 "그간의 노고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찻잔 세트를 기념 선물로 함께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 퇴임식에 대통령이 축전을 보낸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퇴임식에는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정창배 차장 등 서울경찰청 지휘부도 일부 참석했다. 수도 치안을 책임지는 서울청 지휘부가 경찰청장 퇴임식에 참석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 서울청장은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임식 후 이 청장이 청사를 나가는 길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경찰청 직원들이 정문까지 늘어서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