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반인륜적 범행, 우리 사회에 경종 울려야"
친아버지가 주범, 친부 동거녀는 적극적 학대·방임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고준희양 학대치사·암매장 사건 피고인인 준희양 친아버지와 친부 동거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는 29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준희양 친부 고모(37)씨와 고씨 동거녀 이모(36)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160시간씩도 명령했다.
또 암매장을 도운 이씨 모친 김모(62)씨에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고씨를 지목했고 동거녀 이씨는 학대·방임의 적극적인 동조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초미숙아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약한 피해 아동은 조금만 치료를 받았어도 정상적으로 살아왔을 것"이라며 "하지만 친부와 함께 산 뒤 수시로 온몸에 멍이 들었고 머리가 찢어지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어왔지만 아무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씨의 학대로 어린 생명은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채 인생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처참하게 숨져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안겨줬다"면서 "피고인이 잔인·냉혹하고 반인륜적 죄책을 동거녀에게 전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경종을 울려야 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에 대해선 "가장 오랜 시간 양육하면서 적극적으로 막기는커녕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고씨와 암묵적 동의하에 피해 아동을 제대로 된 보호 없이 무관심으로 방치해 그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다만 "사망이라는 결과는 고씨의 피해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행위가 주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이씨는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등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지 않았고 아동학대치사죄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고씨와 이씨는 지난해 4월 준희양 발목을 수차례 밟아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 빠트리고 방치해 준희(5)양이 숨지자 같은 달 27일 오전 2시께 김씨와 함께 시신을 군산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와 이씨는 생모와 이웃이 준희양 행방을 물을 것을 우려해 지난해 12월 8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 당일 이씨는 양육 흔적을 남기려고 준희양 머리카락을 모아 어머니 원룸에 뿌려놓고 양육수당까지 받아 챙기는 등 알리바이 조작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와 이씨는 재판 내내 서로 죄를 떠넘기며 혐의 일부를 부인해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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