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 이후 은행법·시행령·감독규정서 제재 근거 찾기로
'대출금리 TF' 법령·모범규준 개정…"금리 내규도 제재 가능해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한혜원 기자 =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대규모로 부당하게 올려받은 경남은행에 대해 사실상 제재 방침을 굳혔다.
또 관련 법령을 개정해 이번 사태 같은 '금리조작'이 드러날 경우 제재 근거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제재를 내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가산금리 책정은 은행권 자율규제인 모범규준을 각 은행이 내규에 반영한 것이다. 당국은 법령 위반이 아닌 내규 위반을 이유로 제재할 수 없다.
그러나 경남은행 사례는 피해 규모가 큰 데다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만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기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정기 경영평가에서 금리 산정 시스템도 검사한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협의해 제재 수위를 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뭘 잘못했는지 따져보는 게 우선"이라며 "검사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모든 걸 열어놓고 살펴본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대출금리 산정·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봤다.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본점 심사부서의 사전검토, 감사부서의 사후감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당 책정이 100곳 넘는 점포에서 1만2천건에 달하는 만큼, 일부 직원의 고의적 조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대면 조사도 병행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채를 소득으로 나눈 부채비율로 가산금리를 매겼는데, 소득을 빠트리거나 과소 입력하면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며 "누가 봐도 이상한 숫자가 걸러지지 못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했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은행법·시행령·감독규정에서 이번 사례에 제재 근거로 삼을 조항을 찾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규정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내규 위반으로만 제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권, 금융연구원과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는 3일 첫 회의를 연다.
TF의 핵심 목표는 대출 가산금리 산정을 보다 정밀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모범규준 개정과 더불어 금리조작에 대한 제재 근거 마련이다.
금리 문제의 경우 대출자들의 이해가 걸린 이슈인 데다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 문제로 직결된다. 따라서 은행법이나 시행령에 이와 관련한 제재 규정을 두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업권 공통으로 적용되는 제재규정은 내규 위반을 제재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와 별개로 개별 법령에 근거를 두면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경남은행이 제재 여부와 무관하게 금리 책정 오류의 피해 규모와 대상을 조속히 확정해 이자를 환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1만2천건에 25억원은 전산자료로 드러난 잠정적 수치일 뿐이다. 실제 채권서류 등과 대조해 정확한 이자 환급액을 산정하고, '이자에 대한 이자'까지 얹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경남은행은 지역의 대표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은행장이 공개 사과한 것으로 안다"며 "신뢰를 회복하려고 진정성을 보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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