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에 한 것처럼 양보 가능성 걱정…푸틴 칭찬하면 국익 도움안돼"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다음 달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미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 것과 같이 푸틴 대통령에게도 양보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대해 양보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핵위기를 해결했다는 선언을 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는 양보를 했으며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무역에 대한 구체적 양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런 세 명의 지도자가 가진 공통점은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칭찬하는 독재자라는 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자료 없이 감언과 즉흥성에 의존하는 '개인적 외교'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몇 주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의 전신인 'G8 회의'에서 쫓겨난 러시아의 복귀를 주장했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러시아어를 쓰는 많은 사람이 거기(크림반도)에 살기 때문에 '정당한 주장'이라는 시사를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철수와 우크라이나를 먹잇감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중단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푸틴 대통령이 나를 볼 때마다 '그것(대선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는 그가 말한 것을 믿는다"고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러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 전 대사는 "트럼프는 '좋은 회담'을 긍정적 외교적 성과로 보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좋은 회담'은 수단을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맥폴 전 대사는 "크림반도 합병과 미 대선개입 등과 같은 러시아의 '위법 행위'를 감안,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칭찬해서는 안 된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NYT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러시아 제재, 외교관 추방 등을 들어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 "설사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비판 거부는 그런 조치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 몸담았던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은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해왔던 것은 완전히 (미국의) 정책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참모들은 가사(lyrics)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들이 무시하고 있는 것은 음악"이라면서 "일부 가사는 거칠지만, 음악은 '사랑의 노래'"라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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