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KDI·현대경제연구원 등과 회의
고용 장기 부진에 내수·투자도 회복 더뎌…수출 전망도 '안갯속'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계속되는 고용 한파로 내수·투자 부진도 지속하면서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경기 순환기에 대한 판단을 미뤄온 정부도 최근 경기정점 논의에 착수하면서 경기둔화 국면이 공식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달 19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현대경제연구원 등과 경기정점을 논의하기 위한 중간회의를 했다.
통계청은 각종 지표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경기 순환기 기준순환일'을 설정한다. 언제가 경기 저점이고, 고점인지를 판정해주는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한 '제11 순환기'에 속해 있다.
경기 순환기는 저점→고점→저점을 한 주기로 하는데 아직 제11 순환기의 정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이 '제11 순환기의 정점'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013년 3월 저점을 정한 뒤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정부의 확정된 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길어질 수 있어서 중간회의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점은 진폭이나 속도가 드러나는 '명확성', 각 경제 분야에 퍼져 있는 정도인 '확산성', 한 국면 5개월 이상인 '지속성' 등을 만족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경기정점은 다음 저점이 판단될 때 결정된다.
하지만 최근의 저성장 국면에서는 경기 변동 속도가 완만하다 보니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중간회의에서도 참석자들 사이에 경기에 대한 판단이 서로 갈렸고 일부는 "정·저점을 중간에 몇 번 더 찍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저·정점은 일반적으로 해당 변곡점에서 2∼3년 정도 뒤에 정해진다.
'2013년 3월이 제11 순환기의 저점'이라는 판단도 2016년 6월 확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경기정점이 확정되면 정부가 지금의 경기가 '정점'에서 '저점'으로 하락하는 수축 국면에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하는 셈이 된다.
계속되는 고용 부진에도 수출이 뒷받침하면서 정부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경기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5월 소비 등 일부 지표 부진에 대해 "소비가 줄었지만, 지수 수준 자체가 높아서 조정 측면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전달의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6월까지 7개월째 '회복 흐름이 이어진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간 고용 한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미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성장률을 지지했던 수출도 미·중 무역전쟁 불안 등으로 당장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당장 올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대외요인에 취약한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3분기 이후 경기가 계속 꺾여 내려가고 있다"며 "동행지수도 지난해 5월 이후, 선행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게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2분기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국면에서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1년여 동안 하락 중인 가운데 고용이 내수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침체할 것으로 보이며 기업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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