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PVC 파이프에 참치캔 이어붙여 생활…터키서 지원·치료
"아버지 사랑이 역경을 희망으로 바꿔"…세계서 기부 의사 답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힘겨운 난민 캠프 생활 중에도 어떻게든 걷고 싶어하는 딸의 꿈을 이뤄주려 한 아버지의 사랑이 희망을 일궈낸 것이죠."
심한 기형으로 태어나 다리를 절단한 시리아 피란민 소녀 마야(8)와 아버지 알리 메리를 반긴 터키 의료진은 마야 가족에게 큰 감동을 했다고 먼저 털어놨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AA) 등 언론에 따르면 마야는 하체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채 태어났고, 최근에는 추가로 다리 절단수술을 받아야 했다.
성장 단계에 따라 몸에 맞는 의족이 필요했지만, 내전과 피란민 생활을 겪는 마야의 가족은 의족을 맞출 형편이 되지 않았다.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 알레포 출신인 마야 가족은 올해 초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州)에 있는 한 난민캠프에 자리를 잡았다.
수술 후 텐트에만 머무르는 딸을 보다 못한 아버지는 PVC 파이프에 빈 참치캔을 이어붙여 의족을 만들어 줬다. 아버지 역시 다리가 거의 자라지 않은 채로 태어난 장애인이다.
아버지 메리는 "전에 쓰던 PVC 파이프 의족은 바위투성이인 땅바닥에서 버틸 만큼 튼튼하지 못해 캔을 이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임시변통으로 만든 깡통 의족 덕에 마야는 걷는 흉내나마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족이 아니기에 절단 부위뿐만 아니라 팔과 손 같은 다른 신체에 무리가 가고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통증이 심할 날 마야는 아버지의 의족으로도 걷지 못하고 기어서 등교했다.
난민캠프에서 취재진을 만났을 당시 마야는 "걷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깡통 의족'을 착용한 마야의 모습이 최근 아나돌루통신 등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마야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지원 의사를 표현했다.
터키 적신월사(적십자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관)와 이스탄불에 있는 한 의수지(義手肢) 클리닉의 도움으로 마야는 터키에서 의족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스탄불 의수지 클리닉에 도착한 마야는 밝은 표정으로 아버지 품에 안겨 있었다.
의수지 전문가 메흐메트 제키 출주 박사는 "마야는 빠르면 3개월 안에 걷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세계 각지에서 마야를 돕겠다는 기부 의사가 답지했으나 클리닉 측에서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출주 박사는 아버지가 만든 '깡통 의족'이 제대로 된 의족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덕분에 마야가 걷는 데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버지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무런 수단도 없이 역경을 희망으로 일궈냈다"고 말했다.
메리는 "마야가 걸어서 아프지 않게 등하교하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라면서 "그 꿈이 이뤄진다면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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