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늑장구조 논란…NGO "경비대가 상황 통제한다더니 실종"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차대운 기자 = 지중해에서 난민·이주자 100여 명이 실종된 사고가 벌어진 29일(현지시간) 구조 당국이 구조 요청에 늑장을 부리고 비정부기구(NGO)의 구조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이하 오픈 암스)의 난민 구조선은 이날 오전 8시께 리비아 해안경비대와 유럽연합(EU) 군 당국의 무선통신을 듣고 사고 발생 사실을 파악했다.
100명 이상 탄 고무보트가 구조 요청을 보내왔다는 게 통신 내용인데 이 지역 항해 시스템에 공식구조 요청이 올라온 것은 90분이 지난 뒤였다.
오픈 암스 구조선이 로마 해상구조협력본부(MRCC)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센터 쪽에서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추가 지원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오픈 암스는 센터 쪽과 연락이 끝난 직후 지중해에서 100여 명이 실종됐으며 대부분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길레모 카나르도 오픈 암스 대표는 "실종자들이 맨 처음 구조 요청을 했던 이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트리폴리 동쪽 해안에서 전복된 배에서 16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100여 명은 실종됐다. 생존자들은 배에 여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125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픈 암스가 운영하는 아스트랄호의 선장인 리카르도 가티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구명조끼 등 기본 장비도 없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티 선장은 그동안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오픈 암스 협력 센터의 전화에 응답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여러 차례 구조활동 중인 오픈암스와 아스트랄에 현장을 떠나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비대가 총을 들고 구조선에 들어와 선원을 위협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티 선장은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지금 공식적인 구조 조직으로 인정되지만, 총을 들고 우리를 위협했던 그 사람들과 동일인이다"라며 오히려 이들이 난민, 이주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탈리아와 몰타는 오픈 암스가 운영하는 난민선이 보급, 선원 교체 등으로 입항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가티 선장은 "바다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우리를 범죄자라고 부르는데 오늘 아침 100명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한 그들이 범죄자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이주기구(IOM)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전복된 난민선에 탄 이들 가운데 1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리비아 해안에서는 배에 탔던 여자아이들로 보이는 시신 3구가 발견됐다.
리비아군 관계자들과 민간인들에게 발견된 세 아이는 모두 빨간 원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모두 나이는 채 두어 살도 되지 않아 보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9∼20일에도 세 척의 배가 뒤집혀 220명이 익사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이미 1천 명 이상의 난민이 지중해에서 숨졌다.
잇따른 난민선 침몰로 어른들과 함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가던 어린이들의 희생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 근해에서는 소형 난민 보트가 침몰해 어린이 6명을 포함한 9명이 숨졌다. 또 지난 3월엔 그리스 연안에서 난민선이 뒤집혀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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