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정아란 임수정 기자 =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공연계가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직장인의 여가가 늘어난 만큼 티켓 구매력이 큰 잠재 관객층이 대폭 증가한 셈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공연계는 직장인 대상 할인 프로모션을 늘리거나 공연 시간을 앞당기는 등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공연전문회사 '연극열전'은 직장인 대상 티켓 할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티켓 가격은 전석 5만 원이지만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할인'을 적용받으면 20% 할인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한다.
'연극열전'은 이달부터 시행된 '공연비 소득공제 제도' 가입을 검토 중이다. 공연비 소득공제는 문화예술계 숙원사업이자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전용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한국문화정보원에 등록한 온·오프라인 공연비 소득공제 전용 가맹점에서 구매한 공연 티켓은 연말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연극열전' 관계자는 "소득공제 가맹점으로 등록하고 결제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맞아 관객 증대와 편의 제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퇴근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공연 시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현재 대부분의 평일 공연은 퇴근 시간을 고려해 오후 8시에 시작하지만, 하반기부터 공연 시작 시간을 앞당기는 곳이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아트센터는 하반기 공연 예정인 연극 '외로운 사람, 슬픈 사람, 힘든 사람' 시작 시간을 오후 8시에서 오후 7시 30분으로 당기기로 했다.
사실 퇴근 시간에 맞추려면 오후 8시에 공연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으나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을 고려할 때 오후 8시 공연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두산아트센터는 주로 청소년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백스테이지 투어'를 하반기 중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그간 직장인 관객은 공연 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퇴근 시간이 당겨지면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공연 시작 전 무대 뒤의 모습까지도 여유 있게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퇴근 이후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을 위한 다양한 공연·전시 연계 패키지를 마련했다.
'한夜(야)광 패키지'는 세종문화회관이 직접 기획·제작한 작품과 광화문 인근 식사 및 숙박 등을 묶은 것이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의 '썸머클래식', 서울시합창단의 '신나는 콘서트',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오늘 하루 맑음', 전시 ''드가-새로운 시각' 등을 식사 및 숙박이 연계된 패키지로 구매할 경우 최대 30%까지 할인받는다.
미술계에서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기존 야간 개관 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하게 꾸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올 3월부터 금, 토요일에 평소보다 3시간 늦은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매월 둘째 주,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오후 10시까지 전시를 감상한다. 야간에는 단순한 전시 관람 외에도 영화, 음악 등과 연계된 행사 등이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직장인이 함께하는 문화예술 체험 행사들이 큰 호응을 얻는 만큼, 주 52시간 시대에 맞춰 앞으로도 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업 갤러리들도 장기적으로는 여가가 늘어나면서 관람객 수가 늘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