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센 뮤지컬들이 온다…웃는 남자·마틸다·라이온 킹

입력 2018-07-02 06:10  

하반기 센 뮤지컬들이 온다…웃는 남자·마틸다·라이온 킹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하반기 대형 뮤지컬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와 웨스트엔드 뮤지컬 '마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이 그 주인공들. 재연 작품이 많은 올해 공연계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 초연작들이다.



◇ 175억원 투입된 '웃는 남자'…"무대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오는 8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웃는 남자'는 세계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제작비 175억여원, 제작 기간 5년을 쏟아부었을 만큼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야심이 가득한 작품이다. 이 회사는 '마타하리' 이후 두 번째 대형 창작에 도전한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뮤지컬이란 장르를 통해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작품에 들어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처음엔 이렇게 대형 작품으로 제작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계속 욕심이 났고 결국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가 됐다"며 "관객에게 뭔가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토르 위고 원작의 '웃는 남자'는 어린 시절 인신매매단한데 야만적인 수술을 당한 뒤 평생 웃을 수밖에 없는 얼굴을 갖게 된 남자 '그웬플렌' 이야기를 그린다.
그웬플렌 여정을 따라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조명한다.
엄 대표는 "상위 1% 사람들을 향한 없는 자들의 외침을 담았다"며 "위고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꼽을 정도로 촘촘한 서사와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인데 이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과 독창적 무대 디자인, 비비안웨스트우드·발렌시아가 등의 명품 브랜드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으로 빈민층과 귀족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한다.
인기 뮤지컬 배우 박효신과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 등의 출연으로 티켓 오픈 날 예매 사이트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의 흥행작을 연출한 로버트 요한슨(대본·연출)과 대중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선율로 한국인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는 프랭크 와일드혼(작곡) 콤비가 다시 의기투합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이 작품을 유럽 무대 등 해외에 '풀-라이선스' 형식으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개막에 맞춰 세계 여러 극장 관계자들도 초청해둔 상태다.
엄 대표는 "6월 초부터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맞춰보는 리허설)를 돌고 있다"며 "제작비가 한 달 이상 더 들어가는 셈인데, 그만큼 첫 공연부터 완벽한 모습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 노래를 한 가지 꼽아달란 질문에는 '그럴까(Can It Be)'란 곡을 들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며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감성적인 선율이 잘 녹아 피아노 반주만으로 연습하는데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 세계를 홀린 소녀 '마틸다' 한국 온다…"수준높은 가족 뮤지컬"
오는 9월 8일부터 5개월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는 웨스트엔드 최신 뮤지컬 '마틸다'가 무대에 오른다.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알드 달(1916∼1990)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초능력을 지닌 천재 소녀 마틸다가 물질주의에 찌든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정소애 기획본부장은 "성장세가 멈춘 뮤지컬 시장에서 가족 관객으로 저변을 넓혀보고자 한다"며 "옛날 가족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세련되고 새로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 본부장은 "동화 속 과장된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인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작품 속 대사들은 어른들에게도 촌철살인처럼 꽂힌다"고 부연했다.
2011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현재까지 성황리에 공연 중인 최신작으로,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아시아 및 비영어권 최초로 선보인다. 신시컴퍼니 3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초능력 소녀를 중심으로 한 기발한 상상력과 동화적 판타지를 최첨단 무대 메커니즘과 결합했다는 점이다.
정 본부장은 "동화적으로 아름다운 무대 속에서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관객 눈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마틸다가 책을 좋아하는 천재 소녀이기 때문에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책과 알파벳으로 뒤덮인 무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무대 위 그네가 객석 위까지 넘나들고, 알파벳 블록은 노래·안무와 함께 입체적으로 쌓인다. 마틸다는 눈빛만으로 물건들을 움직이고, 마틸다를 괴롭히는 교장 선생님은 레이저 감옥을 즐겨 사용한다.
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말맛'을 얼마나 살리느냐도 작품 성패에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 본부장은 "에이(A)부터 제트(Z)까지를 재치있게 엮어 만든 노래인 '스쿨송' 등을 번역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며 "해외팀에서 우리 번역 버전을 보고 비영어권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을 정도"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인공들이 신장 130㎝ 내외 작은 소녀들이란 점도 이 작품만의 특징.
마틸다 역에는 지원자 600명 가운데 오디션을 거쳐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 등 4명이 선발됐다.



◇ 브로드웨이 가지 않고도 '라이온 킹' 원형 그대로…"공연예술의 극치"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은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외 투어 일환으로 한국을 찾는다.
해외 투어는 지난 3월 필리핀 마닐라와 6월 싱가포르를 거쳐 11월 한국으로 이어진다. 1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내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 4월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 위에 차례로 오른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한 적 있지만, 뉴욕 브로드웨이 원형 그대로 한국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거머쥔 연출가 줄리 테이머 등 오리지널 제작팀이 참여해 브로드웨이 무대를 그대로 펼쳐내는 형태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프로듀서인 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는 "공연예술의 어떤 경지,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공연 한 편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이 작품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 대표는 지난 일본 시키 라이선스 버전과는 전혀 다른 작품임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에는 '어린이공연'이 아니란 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며 "'라이온 킹'은 아기 사자 '심바'의 여정을 '생명의 순환'이란 철학적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점, 시각적 표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애니메이션과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솔(Soul)로 채운 음악과 언어, 예술과 과학으로 탄생한 무대와 의상, 배우들의 탄력적인 몸이 혼연일체가 된 동물 캐릭터 표현 등도 '라이언 킹'만의 특별함으로 꼽힌다.
설 대표는 "이 경이로운 무대 자체가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하는 부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배우 중심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첫 장면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프리카 토속 리듬이 진한 대표 넘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울려 퍼지고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기린이 무대 위를 유유히 거닐고 가젤이 뛰어다닌다. 객석 통로에까지 형형색색 동물이 등장한다.
무대는 금세 생명이 태동하고 태고의 신비로움이 넘치는 아프리카 사바나 정글로 변신한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 한스 짐머 등 거장들이 음악 작업에 참여해 팝적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아프리카 대륙의 요동치는 기운을 모두 담아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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