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통도사 가보니…전각·말사 곳곳 발길

입력 2018-07-01 19:27  

세계유산 등재 통도사 가보니…전각·말사 곳곳 발길
불상 없는 대웅전 뒤에 사리탑…"주차 공간 부족할까 걱정"

(양산=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양산 통도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발표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난 1일 오후.
통도사에는 비가 그치기가 무섭게 가족단위로 사찰 경내를 둘러보고 사찰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보며 휴일을 보내려는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통도사 입구에는 물론 근처 상가에도 '통도사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었다.



통도사 교무국장 인경(仁鏡) 스님은 "한국의 산사, 산지승원이 외국의 문화재와 다른 점은 사찰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도를 위한 도량과 사람들의 안식처로 사용돼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이란 현재성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님은 "외국인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사찰 대웅전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박제된 불교가 아니며 지금도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도사는 1천300여 년 전인 신라 선덕여왕 15년(636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율사는 당시 부처님 머리뼈, 정골(頂骨) 사리를 당나라에서 모셔와 금강계단을 쌓은 뒤 봉안했다.



그래서 당시엔 승려가 되려면 팔도에서 통도사로 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통도사란 사찰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통도사 대웅전에 가면 불상이 없고 휑하니 뚫려 있다. 대신 뒤로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불사리탑이 보인다.
이런 영향으로 통도사는 7세기 이후 지금까지 수행 전통과 명맥을 잘 유지해왔고 법구도 그대로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사찰의 격이 다르다고 인경 스님은 말한다.
6·25 전란 중에도 피해는 일부 봤지만 사찰은 끝까지 지켰다고 한다.
통도사는 본찰 안에만 전각이 무려 69개나 있다. 본찰 주변에 극람암·자장암·사명암·안양암 등 말사가 13곳이나 된다.
전각을 둘러보고 말사를 알뜰히 챙겨보려면 하루해가 짧다.
본찰은 물론 암사 한 곳 한 곳이 모두 수려한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사찰 가운데로 계곡 물이 흐른다.
수행하는 스님들도 긴 솔숲길을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통도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을 들은 영배 주지 스님은 "지금까지 사찰을 잘 지키고 관리해왔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통도사 측은 걱정이다.



평소에도 휴일이면 1만3천여 명이 방문하고 지난 부처님 오신날엔 7만 명이나 찾았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덕에 외국인을 포함해 방문객이 늘어나면 주차 공간은 물론 경내 쾌적한 환경 유지도 큰 걱정거리다.
그래서 주차장을 출입문 밖으로 옮기고 사찰 안 이동은 전기차로 하는 방안 등을 궁리하고 있다.
통도사 스님들은 부산 해운대를 찾은 외국인들이 통도사는 찾지 않고 경주로 바로 이동해 불국사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적잖이 섭섭한 표정이었다.
경남도와 양산시, 통도사가 세계유산 지정을 계기로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 외국인들에게도 제대로 알릴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양산시 동면 문창용(45) 씨는 "2주에 한 번꼴로 통도사를 오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니 너무 뿌듯하다"며 "통도사는 전각이나 주변 경치가 다른 사찰과 비교가 되지 않으며, 오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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