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충남도청 다른 성추행도 해결 안돼"…安측 "김씨, 피해자로 볼 수 없다"
첫 공판 김지은씨 방청·다음번 증인신문 …安, 안경 벗고 눈 감은 채 듣기만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으로는 처음 법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2일 법원 청사 303호 법정에서 열린 성폭행 혐의 재판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남색 정장과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나온 안 전 지사는 피고인 출석 여부를 묻는 재판장 조 부장판사의 인정신문에 "예, 여기 나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현재 직업은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재판장은 "지위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전 충남도지사'로 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재판과 점심시간 휴정 후 속개된 오후 재판에서는 검찰이 서류증거를 제시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고소인 김지은 씨에게 보낸 메시지, 김 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진료받으려 한 사실, 김 씨가 매우 성실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김 씨의 폭로 후 안 전 지사 가족들이 김 씨 사생활을 파악하려 한 정황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했던 업무 환경을 뒷받침하는 제반 상황,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성관계 후 비정상적 출혈이 있어 올해 2월 26일자 산부인과 진료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진단서를 받은 사실 등도 증거로 나왔다.
특히 검찰은 김 씨가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 씨에게서 성추행당한 것을 주변에 호소했으나 몇 달간 고쳐지지 않았던 정황을 제시하면서 도청 조직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극히 낮았고 이에 따라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성범죄를 밝힐 환경이 아니었으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여성과 남성이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경험의 차이에 의해 성과 관련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고, 특정 성별에 유리 또는 불리한 상황은 없는지 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살펴보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은 "검찰 증거에는 러시아 출장 당시 안 전 지사가 김 씨 옆에 가서 앉는 것을 봤다는 참고인 진술이 있는데 거기에는 안 전 지사가 김 씨 몸을 만지는 것은 못 봤다는 내용이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또 "단순히 범죄 사실을 부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피해자로 보기 어려웠던 김 씨의 태도 등에 대한 진술에 관한 내용도 피고인 진술에 포함됐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김 씨는 운전비서의 성추행을 두고 '가장 힘든 일'이라며 주변에 적극적으로 호소했다"며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피해를 호소한 내용은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6일 오전 두 번째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은 김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며, 김 씨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안 전 지사는 재판 후 법원을 빠져나가면서 "법정에서만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오전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면서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안 전 지사가 유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러시아에서 김 씨에게 맥주를 가져오라고 해 간음했는데, (이는)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늦은 밤 심부름을 시켜 끌어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성폭행이 아니라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반박하며 "호감에 의한 관계라는 것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면서 "권력형 성범죄 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나르시시즘적 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피고인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을 뉘우치고 후회하고 있다"며 "가혹한 여론의 비판을 받아들이며, 도덕적·정치적 책임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상 범죄인지는 다른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날 안 전 지사는 재판이 시작할 때 일어나 신원 확인에 응한 이후 줄곧 안경을 벗고 눈을 감은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김 씨도 재판 시작 직전 방청객 자격으로 법정에 들어와 재판을 지켜봤다.
김 씨는 판사, 검사, 피고인 측 발언을 직접 노트에 필기해가며 재판 내용을 들었다.
'비서 성폭행' 안희정 첫 재판 출석…한마디 없이 법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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