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자살시도 중 80%가 여성…강간 많은 인도서는 공권력이 무관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남아시아 여성 상당수는 보수적인 종교 문화 등으로 가시밭길 삶을 사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지난 1일(현지시간)과 2일 이틀에 걸쳐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여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련을 겪고 있는지 통계 등을 제시하며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우선 1일에는 아프간 여성의 자살률이 유독 높은 이유를 분석했다.
BBC는 자살을 시도한 18세 여성 자밀라(가명)의 이야기부터 전했다.
자밀라는 12세 때 약혼했지만 6년이 지난 뒤 갑자기 약혼자로부터 파혼 통보를 받았다.
어이없게도 자밀라가 '더는 젊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아프간자립인권위원회(AIHRC)에 따르면 이처럼 아프간에서는 해마다 3천여명의 여성이 자살을 시도한다.
BBC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아프간에서는 자살 시도자 중 80%가 여성이다. 비정상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셈이다.
AIHRC 관계자는 "실제 아프간 여성의 자살 시도 건수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아프간에서는 여러 이유로 자살 시도가 당국에 보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프간 여성의 자살 시도가 많은 것에 대해 AIHRC 관계자는 "아프간 여성은 정신 건강 문제, 가정 폭력, 강제 결혼 등을 겪고 있고 여성이 감당해야할 다른 많은 사회적 압박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40년 이상 지속한 내전 등으로 인해 100만명 이상의 아프간 여성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실제 환자 수는 알려진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 가운데 87%가 적어도 한 번은 육체적 폭력이나 성폭력 등에 희생됐다.
강제 결혼도 자살률 증가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니세프는 아프간 소녀의 3분의1이 18세 전에 가족 결정에 따라 결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의료 관계자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 마련되기 전까지 자살률은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2일에는 13분마다 한 명꼴로 강간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유죄 판결을 받는 이는 많지 않은 인도의 현실을 소개했다.
BBC가 조명한 여성은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가해자를 법정에 세운 라리타(가명)다.
현재 16세인 라리타는 2016년 초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강간당한 뒤 임신했고 아이까지 출산했다.
불가촉천민 출신인 라리타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홀아버지 슬하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친구가 주 수도인 러크나우에 데리고 가서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하자 따라 나섰고 여행 도중 강간당했다.
직후 라리타는 집에 돌아왔고 차츰 배가 불러오자 아버지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라리타는 오로지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만 원한다고 했다. 이에 아버지는 2016년 6월 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쉽지 않았다. DNA 조사 등 여러 이유로 절차가 늦어졌고 무려 2년이나 걸린 뒤에야 가해자가 체포됐다.
BBC는 "인도 경찰과 법원은 극도로 느리고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라리타처럼 낮은 계층 출신일 경우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라리타의 아버지는 BBC에 "경찰 조사에 대해 아무런 믿음을 가지지 못했다"며 "가해자는 모든 절차마다 돈과 권력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도에서는 여자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1월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에서는 유목생활 하던 무슬림 가족의 8세 소녀가 이슬람 주민을 쫓아내려는 힌두 주민들에 의해 집단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
또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사는 한 16세 소녀는 여당 소속 주 의원과 그의 동생에게 1년 전 성폭행당했다며 지난 4월 주 총리의 집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에서 10대 소녀가 주민들에 의해 집단성폭행 당하고 살해돼 공분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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