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행연습' 마친 주요 대기업 "특별한 변화 없다"
"아침밥 챙겨먹고, 퇴근 후엔 자기계발"…직장인들 만족
회사는 생산성 감소 걱정…직원들은 '편법근로' 우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출근 첫날인 2일 기업체 등 일선 현장에서는 당장 눈에 띄는 혼란은 없어 보였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비해 '예행연습'이 돼 있고, 근무시간을 개인이 유연하게 조절하는 근무시스템을 도입한 곳도 있어 부담이 줄었다는 직원들도 많았다.
삼성전자, 현대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앞서 상당 기간 '예행연습'을 한 터라 당장 큰 변화는 없다는 반응이다.
일찍부터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전날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동시에 시행해 고정된 출근시간이 없어졌다.
이제는 근무시간을 기존의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직원들은 근무시간 관리 부담이 더 줄어들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도 몇년 전부터 '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근무 형태나 방식이 달라진 것이 없고,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부터 근무시간 등록제 등을 시범 운영해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한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 직원들에게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출근시간이 늦춰지거나 퇴근시간이 당겨져 삶에 한층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부터 본점, 강남점을 제외한 전 점포의 개점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으로 늦췄다.
신세계백화점 직원 박지은(37·여) 씨는 "매일 아침 딸 등교 준비로 전쟁을 치렀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과거에 생각도 못 한 아침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됐고 등교 준비도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계 직원들 가운데는 여유로운 아침 시간이나 퇴근 이후를 활용해 운동·학업 등 자기계발을 시작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도 일단은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백화점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 고객은 "육아를 하고 있어서 수유실이 구비된 백화점을 자주 찾는다"며 "매일 오전 10시 반에 맞춰 백화점에 나왔는데, 백화점에 근무하는 직원이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생산성 저하 등이 발생할지 몰라 우려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각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직원들에게 제도 시행에 따른 세부적인 변화를 설명해야 하고,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근무시스템 조정과 위반 사항 유무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이후 첫 출근일인 이날 관계 부처와 협의하며 산업계·노동계 문의에 답변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고용노동부는 당·정·청 회의 결과에 따라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노동시간 단축 계도 기간이 설정된 만큼 당장 강도 높은 감독을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노동자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앞으로 면밀히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산하조직에 재차 지침을 내렸다"며 "퇴직금을 보전하는 방법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사용자의 꼼수, 탈법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본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노동조합을 통해 사례를 더 철저히 취합하고 정부의 감시와 지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은 '칼퇴근'이 법으로 보장된 상황에 만족하면서도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편법 연장근로'가 발생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최 모(33) 씨는 "퇴근 시간이면 회사 컴퓨터가 강제로 꺼져 일을 더 할 수가 없다"며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원래 퇴근 시간 이후에는 안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 직원 황 모(32) 씨는 "컴퓨터가 오후 5시께 꺼지지만, 과연 컴퓨터가 꺼진다고 해서 일을 안 할 수 있는가"라며 "회사가 별도로 노트북을 줄 것이라는 농담이 팀 내에서 나올 정도로 '편법' 근무 걱정들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