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6·12 정상회담 이후 약 3주일 만에 북한과 미국이 본격적인 후속협상 국면에 돌입했다. 양측은 6일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앞서 직·간접적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1일 판문점에서는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센터장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났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 내용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여 북한 반응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회담 후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던 후속 협의 돌입이 예상보다 지연된 만큼 북미정상회담 합의의 신속한 구체적 이행 방안이 담긴 합의가 나오길 바란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대신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 은폐를 추구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국(DIA)은 최근 북한이 미국을 속이고 핵탄두와 미사일, 핵개발 관련 시설의 개수를 줄이려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강선(Kangson)'에 영변의 2배 규모의 농축 능력을 가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미 정보당국이 보고 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북한이 최근 몇 달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미 정보기관들이 보고 있다는 또 다른 보도도 나왔고, 함흥에 있는 핵심 미사일 제조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행동이자 큰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북미 후속협상 돌입을 전후해 나오는 미국발 잇단 보도가 북한을 협상 국면에서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에 의한 의도된 언론유출일 수 있고, 아직 내용의 진위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한이 핵탄두나 핵시설의 수를 속여 보고하고 그중 일부를 폐기하는 '쇼'를 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태 진전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상황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오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제사회도 일치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을 약속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제 그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면 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 방안을 마련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볼턴의 언급에 얼마나 무게를 둬야할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신속한 비핵화와 전면적인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정착은 북한의 더 밝은 미래를 앞당기는 방법이다. 북미 비핵화 후속협상에서 다뤄야 할 의제는 핵시설의 신고, 검증, 불능화, 폐기 등 한둘이 아니고, 내용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우선 북한 핵시설의 전면신고와 검증 원칙에 대한 합의부터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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