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가족경영' 비리의 정점 조양호 회장은 물러나라

입력 2018-07-0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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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가족경영' 비리의 정점 조양호 회장은 물러나라

(서울=연합뉴스) 수백억 원대의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의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등 여러 법을 위반한 혐의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조 회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는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촉발된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사정기관의 대대적 수사의 결과물이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각종 비리가 쏟아져 나왔다.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씨는 인천 하얏트호텔 조경 설계업자를 밀치며 폭행하는가 하면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피해자 11명에게 24차례 폭언과 손찌검을 한 혐의로 경찰에 두 차례나 소환조사를 받았다. 또 큰 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필리핀인을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출입국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현아·현민 자매는 명품 가방에서 과자, 초콜릿에 이르는 물건까지 사들여 세관 당국 신고도 없이 대한항공편으로 들여왔다는 밀수 의혹도 대한항공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침묵을 지키던 조 회장은 일가의 탈세 의혹에 대한 관세청 압수수색까지 이어지자 4월 22일 사과와 함께 두 딸을 경영에서 물러나게 했다. 물벼락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만이다.

조 회장의 위법 행위 역시 다른 가족들의 그것보다 가볍지 않다.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잔고의 합계가 10억 원이 넘는데도 신고하지 않았고, 일가 소유의 면세품 중개업체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친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조 회장과 남매가 5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상속세 탈루 혐의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는 담지 않았다. 조 회장은 자신과 딸의 변호사 비용까지 회삿돈으로 지급하고 사무장 약국을 내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한다. 외국 국적인 둘째 딸 현민 씨를 한진 계열사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올린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진에어는 면허 취소의 위기에 몰려 있다. 오너 리스크의 피해가 커도 너무 크다.

조 회장 일가의 일탈과 범죄행위는 모두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족벌경영'의 폐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5월 초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외친 이유다. 오죽했으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겠는가. 물벼락 갑질 논란 이후 감춰졌던 내부 비리들이 폭로되면서 대한항공의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했다. 대한항공 주가도 4월 고점과 비교해 20% 이상 하락했다. 조 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은 총수로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없이 그동안 제기돼왔던 조 회장 일가의 범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조 회장은 검찰수사 결과 범죄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더는 그룹에 부담을 주지 말고 용퇴의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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