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이란 반체제조직 행사 폭탄공격 계획 적발…이란 외교관 체포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프랑스에서 적발된 폭탄테러 음모가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이 이란핵합의를 살리기 위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유럽 방문 직전에 적발된 데다가 테러 용의자들과 접촉한 이란 외교관이 체포됐기 때문이다.
테러 표적은 이란 반체제 인사들의 행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탈퇴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고문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한 미국 고위 정치인들도 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란 정부는 자신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날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란 출신 망명자 조직 '피플스 무자헤딘 오브 이란'(무자헤딘에할크·MEK)이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개최한 '자유로운 이란 2018-그 대안' 행사에 대한 폭탄 공격을 계획했거나 관여한 혐의를 받는 4명이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 당국의 공조로 붙잡혔다.
이들은 벨기에 국적 이란계 부부, 이들과 접촉한 오스트리아 주재 이란 외교관 등이다.
이번 사건은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코앞에 두고 발생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일 스위스에 이어 3일 오스트리아를 방문, 이란핵합의 존속을 위한 외교 행보를 할 예정이었다.
이 사건이 공개되자 MEK의 정치 전위조직으로 알려진 '이란국민저항위원회'(NCRI)는 성명을 통해 이란 외교관의 도움을 받은 벨기에 내 이란 정부의 테러범들이 공격을 계획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사악하고 조작된 음모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란은 모든 폭력과 테러를 분명히 비난한다"며 "모든 관계 당국과 이 계략을 밝히는 데 함께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5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럽 심장부에서 암살작전을 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비난을 강하게 부인한 적이 있다.
이란은 MEK를 테러단체로 간주한다. 미국은 MEK를 테러단체 명단에 올렸다가 2012년 제외했다.
MEK는 이란 정부 지도부와 대립하면서 서방의 지지를 받는 상황이 됐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MEK를 옹호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MEK는 파리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조직으로, 1960년대 마르크스주의와 이슬람교가 혼재된 이념을 표방하며 설립됐다. 현재 회원은 5천∼3만 명으로 추정된다.
처음엔 미국을 적대시한 MEK는 1970년대 이란에서 미국인 6명을 살해했으며,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1979년 대학생 시위대가 주 테헤란 미국대사관을 점거하자 환호했다. 또 1981년 폭탄 공격으로 이란 대통령과 총리를 죽이는 등 테러를 자행했다.
그러나 MEK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민주주의 세력으로 탈바꿈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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