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구 중 10구 목매…눈 가려진 채 손 묶여
외부 침입 없어…경찰, 자살 무게 두고 주술행위 연관성 수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가정집에서 목매 숨진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돼 사건의 배경을 놓고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뉴델리 북쪽 부라리 지역의 가정집에서 일가족 시신 11구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신 11구 가운데 10구는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목맨 시신들은 천장의 환기용 쇠창살에 매달려 있었고, 70대 여성만 집 바닥에 누운 채 발견됐다.
충격적인 것은 목맨 10구 모두 눈이 가려졌고 입에는 재갈이 물렸다는 점이다. 모두 손은 뒤로 묶인 채였다.
이들은 모두 한 가족으로 3층짜리인 이 집에 대부분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70대 여성 나라얀 데비와 그 자녀 2남 1녀를 비롯해 며느리 두 명, 손주 5명이었다.
이 가족은 이 집에서 20년 이상 살았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들은 합판 가게와 유제품 상점을 운영해왔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한 이웃은 BBC에 "그 가족들은 매우 활동적이었으며 행복하게 살았다"며 "누구와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의 평범한 가정집에서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하며 후속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인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가족과 관련된 뉴스를 공유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우선 외부 침입 흔적이나 총상 등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자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살 등 다른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는 이 사건이 구원 등을 염원한 주술적 행위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지 언론인 NDTV는 이 집에서 발견된 메모에 "의례를 행하는 날에는 요리해서도 안되고 전화도 6시간 동안 무음 모드가 돼야 한다. 다른 이들이 스스로 목맬 동안 한 명은 감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보도했다.
메모에는 또 의자 위에 올라가기 어려운 나이 든 이는 어떻게 의례를 행할 수 있는지, 의례에 따르는 이는 실제로 죽지 않고 신에 의해 구해지며 위대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다른 곳에 살고 있던 가족은 이 같은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데비의 딸인 수자타 바티아는 "그들이 모두 자살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모두가 행복했다. 경찰은 내 가족을 죽인 누군가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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