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중국 대학내 학생들의 고변에 넌더리가 난 인민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밀고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3일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대 우샤오추(吳曉求) 부교수는 최근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학위수여식 치사를 통해 "인생에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면서 "거짓말하지 말고, 밀고하지 말고, 혼자서 이익을 챙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정정당당하고 심중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밀고자는 투기하고 권세에 빌붙는 사람, 영혼과 심리가 왜곡된 사람이며 그들의 눈은 유리돼있고 어둡고 침울하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그의 치사는 지난달 25일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웹사이트에 게재된 뒤 인터넷상에 빠르게 퍼지면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었다.
우 부교수의 이런 발언은 최근 중국 대학가에서 교수의 강의내용 등에 대한 학생들의 고변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건축대학의 쉬촨칭(許傳靑) 부교수는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이 중국보다 더 우수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한 뒤 학생의 고변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올해 4월에는 우한(武漢)중남재경정법대학의 디쥐훙(翟桔紅) 부교수가 정치학원리를 강의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가주석직 임기제를 폐지한 것을 비판했다가 학생들의 고변으로 해직과 함께 당적을 박탈당하는 처분을 받았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점대학에서 학생정보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일은 고변이며 교수가 당국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은 '과격한' 발언을 하면 고발하는 것이다.
샤먼(廈門)대학도 2014년부터 교직원들이 당의 정책과 사회주의 가치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베이징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많은 대학이 교수들의 '과격'한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학교에 '밀고하는 문화'를 침투시켜 학생들의 독립적인 사상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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