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전문가 "거래 침체 지속…임대사업 등록 늘듯"

입력 2018-07-03 16:26  

[보유세 인상] 전문가 "거래 침체 지속…임대사업 등록 늘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동규 기자 = 3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한 보유세 개편안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인상으로 집중된 가운데, 주택시장의 거래 침체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특위의 권고안은 1차 공개안에서 제기된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차별적 헤택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을 동시에 인상한 것이 특징"이라며 "서울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양도세 중과에다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거래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다만 1주택자라도 과세표준 12억원 이상은 대부분 강남권 일부 주택에 국한되고 종부세를 감당할 만한 부유층이 많아 당장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주택가격도 급락보다는 보합 내지 약보합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해도 공시가격 인상과 맞물려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앞으로 투자수요를 상당히 위축시킬 것"이라며 "현재도 주택거래가 예년에 비해 저조한데 하반기에도 거래절벽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은 공시가격 합산 금액이 6억원 이상이면 종부세 대상이 되고 세율도 중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유 주택을 줄이는 '자산 리모델링'에 나설 전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컨설팅부 부동산연구위원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씩 순차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내년부터 1, 2년차는 큰 타격이 없지만 4년 차 이상이면 공시가격 상승까지 맞물려 보유세 부담이 꽤 커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단기간에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점차적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 처분 등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보다는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 인상 속도와 인상 폭이다.
연합뉴스가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원종훈 세무팀장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의 공시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당장 100%로 상향하더라도 종부세 등 보유세 인상률은 1∼1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65%선인 강남권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80%로 높일 경우 강남권 공시가격 10억원 이상 아파트의 대부분의 보유세(종부세 포함)가 작년의 40∼50%까지 증가한다.
특위 권고안대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세율까지 높아질 경우 공시가격 인상 폭에 따라 세부담 상한(종부세 대상은 전년도 세액의 50%)까지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원종훈 세무팀장은 "현재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분위기에서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리느냐가 보유세 증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특히 현실화율이 낮은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인상폭이 가팔라 공동주택보다 체감 증세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방과 수도권 주택부터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은 청약조정지역으로 묶여 있어 2주택만 보유해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돼 팔고 싶어도 못파는, '퇴로'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절세를 위해 가격이 싸고 양도차익이 적고, 양도세 중과 등 규제가 없는 곳의 주택부터 먼저 팔아 주택수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며 "가뜩이나 집값 하락, 거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 빨리 처분하려는 급매물까지 늘어나 시장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전문위원은 "서울은 양도세율을 최고 60%나 부담해야 해 양도차익이 큰 주택을 팔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과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수가 많을수록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마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초고가주택은 제외하고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 인기지역의 중형 및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위가 주택 임대소득자에 대한 특혜를 축소하고 임대소득에 대한 기본공제(400만원)도 없애라고 권고하면서 앞으로 임대사업자 등록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3주택 이상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금 과세 대상에 소형주택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고 고액 전세에 대해서도 소득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원갑 위원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세제 등에서 불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임대사업자 등록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다"며 "종부세 합산 과세 등을 피하고, 임대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현재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 배제 등 세제혜택이 없기 때문에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이 많은 강남쪽은 증여를, 비강남권의 주택은 임대사업 등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부 공동명의 주택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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