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손으로 재개표…전자식 도입했다 부정시비

입력 2018-07-03 19:00  

이라크 총선, 손으로 재개표…전자식 도입했다 부정시비
3일 1천만여표 수작업으로 일일이 다시 개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12일 치러진 총선 투표용지를 3일(현지시간) 수작업으로 재개표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들은 부정 선거 의혹이 거셌던 키르쿠크 주를 시작으로 이날 재검표가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 투·개표 절차를 투명하고 신속히 하려고 전자식을 도입했지만 해킹, 개표 결과 전산 조작 등 부정시비가 거세게 일었고 결국 연방최고법원의 결정에 따라 다시 수작업 개표로 원상 복귀한 셈이다.
이날부터 손으로 재개표하는 투표용지는 약 1천만 장이다. 연방최고법원은 중앙선관위의 중립성에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날 재개표를 감시하려고 판사 9명을 선임, 임시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했다.
재검표는 앞으로 수일 동안 진행되며, 연방최고법원이 그 결과를 승인해야 법적으로 유효하다.
재개표를 앞두고 지난달 바그다드의 투표함 보관소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고, 1일엔 키르쿠크 주에서 투표함을 노린 차량 폭탄 공격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전자 투개표를 둘러싼 부정 선거 시비가 길어지면서 이미 임기가 끝난 의회가 입법부를 대행 중이다.
이라크 중앙선관위는 두 달 정도 걸리던 총선 투개표 기간을 단축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면서 이번에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한국 업체에서 7만대 수입했으나, 되려 국가적인 논란만 일으킨 꼴이 됐다.
이 시스템은 유권자가 지문을 사전 등록해 받은 카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스캐너 형태의 개표기에 직접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이 개표기는 중앙선관위의 서버와 통신망으로 연결돼 투표 결과가 바로 집계된다.
그러나 총선 뒤 이 시스템과 관련해 쿠르드족, 수니파 정파를 중심으로 해킹,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 중앙선관위는 5월 30일 전체 5만6천개 투표소 가운데 1천21개 투표소의 개표 결과를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또 신원 확인이 불확실했던 재외국민 투표와 니네베, 안바르, 디얄라, 살라후딘 등 4개 주의 난민촌에서 이뤄진 거소 투표도 무효로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강경 시아파 지도자이자 반외세 민족주의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알사이룬 정파가 328석 가운데 최다인 54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의석을 얻은 정파가 없어 연정 구성을 위한 정파 간 논의가 활발하다. 이라크의 통치 형태는 의원내각제다.
재개표로 이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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