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신청 대행…난민심사 등으로 1년 넘게 체류가능한 점 악용
변호사·브로커 등 적발…해당 변호사 "허위로 써줄 이유 없다" 혐의 부인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가 가짜 난민신청을 대행하다가 관계 당국에 적발됐다.
이 변호사의 조언을 받은 외국인들은 난민 심사와 소송에 걸리는 기간이 길다는 점을 악용해 종교 박해자 행세를 하며 국내 체류 기간을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Y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강모(46)씨 등 3명을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강씨는 2016년 4월부터 최근까지 외국인들이 허위 사유를 들어 난민신청을 하도록 알려주고 서류접수를 대행한 혐의를 받는다. 중국인 184명을 인터넷 광고로 모집해 강씨의 법무법인에 난민신청 대행을 알선한 브로커 등 5명은 앞서 구속됐다.
강씨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인근에 법무법인 지소 사무실을 내고 브로커가 난민신청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데려오면 허위 사실을 신청서에 쓰도록 하는 방식으로 '가짜 난민'을 양산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파룬궁', '전능신교' 등 특정 종교를 신봉하다가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고 허위 사실을 신청서에 쓰도록 하는 게 주된 수법이었다.
강씨는 중간 브로커들이 가짜 난민 신청자들로부터 500만원 안팎의 알선료를 받으면 이 가운데 200만원 정도를 소송비 등 명목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대는 파악했다.
허위 난민 신청자들이 "행여나 난민 인정을 받고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느냐"면서 걱정하면 강씨는 "절대로 난민 인정을 받을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상담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들은 통상 8개월가량 걸리는 난민 심사에서 불인정 결과를 받으면 이의신청과 행정 소송 제기 등을 통해 국내 체류 기간을 늘렸다.
허위 난민신청 남발로 난민 심사 기간이 늘면서 박해와 내전 등을 피해 한국에 입국한 선량한 신청자의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은 7천73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천337명)에 비해 132% 늘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들은 전체 누적 신청자 가운데 4.1%(839명) 수준에 불과하다.
강씨는 허위 난민신청 대행 의혹에 대해 "난민 신청자가 사무실에 찾아오면 3∼4시간 진술을 듣고 신청서를 써주는데 이 과정에서 박해 사항을 진술하지 못하거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 그냥 돌려보내기도 한다"며 "난민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받는 수수료가 동일한데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허위로 신청서를 써줄 이유가 없다"라고 의혹을 반박했다.
이어 "일부 중국어 통역자들이 회사에는 비밀로 한 채 (난민 신청자) 모집책에게서 별도의 돈을 받아온 사실이 해당 직원의 퇴사 후에 밝혀진 바 있다"며 "일부 직원이 회사 몰래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몰랐던 점은 엄중히 받아들이지만, 이는 통역자와 모집책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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