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월수입 적다" 체류증 발급 거부
업계 동료 "부부의 와인에 대한 열정에 탄복…와인도 고품질"
추방반대 온라인 청원운동에 사흘 만에 3만명 넘게 동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포도원을 매입해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며 꿈을 이뤄가던 젊은 일본인 부부가 추방될 위기에 내몰렸다.
지방정부가 체류허가증을 내주지 않은 이유는 이 부부의 경제활동에 따른 수입이 기준치에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 부부의 열정과 이들이 생산한 와인의 품질에 감화된 프랑스 와인 업계 종사자들은 부부에게 체류증을 내주라고 요구하는 청원운동도 시작했다.
3일(현지시간)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피레네산맥 인근의 바뉠 쉬르 메르에서 와인 농장을 운영하는 쇼지 히로후미(38)와 쇼지 리에(42·여) 부부는 지방정부의 체류허가증 갱신 거부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부부는 작년 2월 관할 관청인 피레네오리앙탈 도청에 체류증 발급을 신청했지만 두 달 만에 거부당했다.
도청은 부부가 제시한 월수입이 기준치에 못 미쳐 체류증을 발급해줄 수 없다면서 프랑스 영토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부부가 이런 명령서를 수령한 것은 도청이 체류기한으로 제시한 날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부부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오는 9월 이 사안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런 사연이 지방언론과 와인 전문지 등에 소개되자 와인 소매상과 소믈리에 등 이들의 와인 맛을 본 '업계 동료'들이 부부의 편을 들고 나섰다.
지방 와인 업계가 이 부부에게 체류증을 내주라고 요구하며 시작한 온라인 청원에는 사흘만에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의 프랑스 와인 업계가 이례적으로 이 일본인 부부를 돕고 나선 것은 그들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생산한 술의 품질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1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 각자 와인을 공부하러 왔다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어 와인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한 뒤 피레네산맥 인근 농촌의 작은 포도밭을 매입했다.
은행 대출을 받아 사들인 포도밭에서 이들이 작년 처음 생산한 친환경 레드와인은 판매 실적도 좋을 뿐 아니라 와인 업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한 와인 소매점주는 "수천 병씩 팔아치울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이라고 극찬했고, 저명한 와인 전문가 알랭 카스텍스는 "직업의식이 높고 매우 열정적인 사람들로, 생산하는 와인 수준도 아주 훌륭하다"고 말했다.
올해 전체 생산물량의 75%가 이미 선주문이 끝났고, 작년 생산한 와인의 80%는 수출됐다고 한다. 아울러 부부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고급 음식점에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부가 와인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지 이제 갓 1년이 지난 상태라 채산성은 아직 높지 않은 수준이다.
부부의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와인 전문지 '테르 드 뱅' 인터뷰에서 "부부는 일본 국적자들이라는 이유로 농업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자마자 수익성부터 따지고 드는 것은 기만적인 행위"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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