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검찰, 비리 의혹 前총리 기소…"배임·반부패법 위반"(종합)

입력 2018-07-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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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검찰, 비리 의혹 前총리 기소…"배임·반부패법 위반"(종합)
나집 전 총리, "혐의 사실 아니다" 법정서 무죄 주장
반부패위·검찰 수사결과 따라 추가기소 가능성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아 온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에서 나집 전 총리를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한 3건의 배임과 반(反)부패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나집 전 총리가 2014년 12월에서 2015년 3월 사이 1MDB의 자회사에서 4천200만 링깃(약 115억7천만원)을 송금받는 등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각 혐의의 형량은 최장 20년 징역이며, 고령인 까닭에 태형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은 기소가 이뤄진 직후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이첩했고, 법정에 선 나집 전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100만 링깃(약 2억7천500만원)의 보석금을 내는 것을 조건으로 나집 전 총리가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지만, 그가 갖고 있던 외교여권 2부는 모두 반납하게 했다.
나집 전 총리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1MDB를 설립한 뒤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 5월 총선 참패로 권좌에서 쫓겨난 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의 조사를 받다가 전날 자택에서 체포됐다.
MACC와 검찰은 이번 기소를 계기 삼아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MACC는 1MDB 횡령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계좌 400여개를 동결했고, 3일에는 '1MDB 스캔들'의 핵심으로 알려진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와 모하맛 자힛 하미디 전 부총리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 등을 수색해 무려 3천억원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핸드백 등 사치품을 압수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토미 토머스 검찰총장이 이번 사건 담당팀을 직접 지휘하는 등 혐의 입증에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현지에선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집 전 총리 측은 이러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체포 직후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평범한 인간인 나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에게 씌워진 혐의는 모두 진실이 아니란 점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나집 전 총리의 담당 변호사는 "이번 기소는 정치적 의도를 띠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현 집권여당은 정치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 앞에서는 나집 전 총리의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기소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정치 전문가인 브리짓 웰시 존 캐벗 대학 교수는 나집 전 총리의 체포와 기소는 "불가피한 결과"라면서 "이는 전 정권의 권력남용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깨끗한 정치를 만들려는 말레이 신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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