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 반성한 인사 등용으로 '김정은식 인사 정책'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함께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문경덕 전 평양시당 책임비서가 4년 6개월 만에 북중 접경지역인 평안북도를 총괄하는 당 책임자에 오른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 주민과 신의주화장품공장 종업원들에게 선물을 보낸 소식을 전하면서 전달식에 "평안북도 당위원회 위원장 문경덕 동지"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전임 김능오는 지난 4월 13일까지 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북한 매체에 보도돼, 문 신임 당위원장은 최근 현직에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
문경덕 평안북도 당 위원장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2013년 말 '반혁명분자'로 처형된 이후 관련된 인물들이 대거 숙청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4년 1월 6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관철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보고한 것을 끝으로 4년 6개월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1957년생인 문경덕은 일찍부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이하 청년동맹)에서 활동하면서 1991년 부위원장과 조선학생위원장을 지냈으며 김정일 시대의 대표적인 청년간부로 꼽힌 인물이다.
특히 노동당 청년사업부에서 청년동맹을 관장해온 장성택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고 2009년에는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당 행정부 부부장을, 2010년에는 수도 평양시를 관장하는 당 책임비서(당위원장)에 올랐다.
장성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 국정운영의 중심에 있었던 데 힘입어 문경덕도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최연소 노동당 비서(현 부위원장)과 정치국 후보위원을 거머쥐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는 장성택이 2004년 '분파행위'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벌을 받았을 때 같이 밀려났다가 장성택의 복귀와 함께 다시 복귀하는 등 북한 정계에서 장성택과 부침을 같이한 대표적인 '장성택 계열'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과 개별적 인연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이처럼 전격 복권된 것은 그동안 있었던 고위간부들의 '좌천→복귀' 성격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한광상 당 부장, 김영철·최휘 노동당 부위원장 등 핵심 실세 상당수가 수시로 좌천되고 사상교육 또는 지방에서 노동하는 등 '혁명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장수길 전 당 행정부 부부장 등 장성택의 측근들이 처형 또는 숙청된 과정에서 문경덕도 수용소행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경덕의 복권은 간부들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면 과오를 따지지 않고 다시 등용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인사정책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인덕정치'를 과시하고 충성심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문경덕의 복권은 숙청에 대한 간부들의 공포감과 불신을 희석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잘못을 저질러 처벌을 받아도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는 기대와 충성심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덕의 복권에는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조직지도부가 고위간부 인사권을 갖고 있는데다 최룡해 부장은 1980년대 청년동맹 위원장을 할 때부터 직속 부하인 그와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더욱이 문경덕이 2002년 조선대양회사 총사장을 역임하는가 하면 평양시당 책임비서로 일하면서 평양시 건설과 주민생활 및 경제문제를 다룬 풍부한 국정 경험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노선 전환을 한 뒤 북중경헙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경제를 잘 아는 그를 북중 접경지역의 총괄 책임 자리에 앉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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