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령, 68년 전 제정…"30년간 시행 사례 없고, 위헌 소지 많아"
박근혜 탄핵정국 때 軍 '촛불집회 진압'차원 위수령 논의설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는 4일 '위수령' 폐지안을 입법 예고했다.
위수령은 일부 국회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군이 위수령을 근거로 촛불집회 무력진압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논란은 국방부가 "상식적으로 그 당시 상황이 위수령이 발동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검토하지도 않았다"고 밝히면서 가라앉았다.
국방부는 이날 '위수령 폐지령안 입법예고'를 통해 "위수령은 1950년 3월 27일 육군의 질서 및 군기유지, 군사시설물 보호 목적으로 최초 제정되었다"면서 "이러한 위수령은 최근 30년간 시행 사례가 없는 등 실효성이 낮고, 상위 근거 법률의 부재로 위헌 소지가 많다"고 폐지 입법예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수령의 제정 목적은 현행 다른 법률에 따라 대체가 가능하고, 치안 질서 유지는 경찰력으로 가능하기에 더 이상 대통령령으로서 존치 사유가 없어 이를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68년 전 제정된 위수령의 폐지안은 다음 달 13일까지 입법 예고기간을 거친 뒤 폐기가 확정된다. 위수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의 별도 의결 없이 관계부처 회의와 국무회의 의결로 바로 폐기된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3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위수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 연구'를 의뢰했고, KIDA는 위수령을 존치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 이는 국방부가 위수령 폐지안을 입법하는데 영향을 줬다.
특히 일각에서 군이 위수령을 근거로 촛불집회 진압을 논의했고, 국방부가 작년 2월 위수령의 위헌 여부 등을 검토한 문건이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된 것도 폐지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런 의혹 제기에 지난 3월 국방부는 감사관실을 동원해 탄핵 정국 당시 합참,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령부에 근무했던 관련자 약 50명을 조사한 후 군 병력 투입이나 무력진압 관련 논의 내용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나 진술은 없었다는 조사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1950년 3월 육군 부대 경비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위수령은 군부대가 자기 보호를 위해 외부 침입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령이다. 그러나 경비를 위해 필요할 경우 군부대가 주둔지 밖으로 출동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군사정권 시절 군부대가 집회나 시위를 진압하는 구실이 됐다.
1965년 8월 한일협정 비준안 국회 통과 직후 서울 일대 병력 출동, 1971년 교련 반대 시위 때 서울 9개 대학에 대한 병력 투입, 1979년 김영삼 국회의원직 제명 당시 마산 일대 병력 출동 등이 위수령을 발동한 사례다.
위수령은 위수지역의 사령관이 재해 또는 비상사태 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도지사의 병력 출동 요청을 받을 때 육군참모총장의 승인을 얻어 병력을 출동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육군총장은 인사·교육·행정 등 군정권(軍政權)은 있지만, 군령권(軍令權)은 행사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국군조직법 등과도 어긋난다.
이밖에 위수령은 '적극적·공격적인 병기 사용'은 금지하고 있지만, '자위 차원'이나 '병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진압할 수 없을 때' 등 위급한 상황에서는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열어둬 시대에 맞지 않은 법령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민주주와 국민 존중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법령과 제도는 폐지하거나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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