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최다승(82승)·메이저 18승도 경신은 가물가물
최고령 우승·최연소 우승 기록은 깨질 가능성 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는 오래도록 깨지지 않은 '난공불락'의 기록이 많다.
이 가운데 조만간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기록도 있지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불멸의 기록'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 홈페이지는 절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기록으로 11개 대회 연속 우승을 꼽았다.
11개 대회 연속 우승은 지난 1945년 바이런 넬슨(미국)이 세웠다. 그가 석권한 11개 대회에는 매치 플레이 대회 1개, 팀 대항전 1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9개의 스트로크플레이 대회에서 그는 2타차 이상 완승을 거뒀다.
넬슨은 또 1945년에 열린 PGA투어 대회 35개 가운데 18개를 휩쓸어 시즌 최다승 기록도 갖고 있다.
11연승은 물론 시즌 18승 역시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넬슨이 당시 세웠던 최저 시즌 평균타수(68.33타)를 2000년에 깬 타이거 우즈(미국)는 "11개 대회 연속 우승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즈는 지난 2006년에서 2007년에 걸쳐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해 연속 우승 기록 2위에 올라 있다. 우즈는 벤 호건(미국)과 함께 6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기록도 갖고 있다.
넬슨의 11연승 못지않게 절대로 깨지기 힘들어 보이는 기록은 또 있다.
우즈가 1998년 2월부터 2005년 5월 사이에 세운 최다 경기 연속 컷 통과(142경기) 기록이다.
PGA투어닷컴은 "100년이 지나도 깨지기 힘들다"고 이 기록의 불멸성을 확신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우즈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우승을 일군 필 미컬슨(미국)이 27년 동안 PGA투어에서 뛰면서 해마다 한 번 이상은 컷 탈락했다는 점을 참작하면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금방 알 수 있다.
현역 선수로 우즈의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기록은 애덤 스콧(호주)이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46경기 연속 컷 통과를 해냈을 뿐이다.
우즈는 "얼마나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컨디션이나, 날씨, 샷 감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컷은 통과했다. 내가 자랑스러워 하는 기록"이라고 자찬했다.
샘 스니드(미국)의 PGA투어 최다승(82승) 기록도 서서히 '불멸'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스니드의 이 기록은 우즈가 79번째 우승을 거둘 때만 해도 금세 깨질 것 같았다. 하지만 우즈가 2013년 이후 5년째 우승을 더는 추가하지 못하면서 초읽기는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우즈가 스니드의 기록을 넘어서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단 3승만 보태면 타이 기록을 세우고 4승을 올리면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만, 올해 복귀한 우즈의 경쟁력을 보면 기록 경신을 낙관하기 힘들다.
현역 선수 가운데 우즈 다음으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미컬슨은 43승, 가장 왕성한 경기력을 뽐내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18승을 올렸을 뿐이다.
제프 오길비(호주)는 "10년 동안 매년 8승씩 올리거나, 20년 동안 매년 4승씩 따내야 이룰 수 있는 기록"이라면서 점점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PGA투어에서는 통산 20승만 해도 위대한 선수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즈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면서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도 '불멸'이 될 조짐이다.
2008년 US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14승을 올린 우즈는 10년째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과 'PGA투어 최다승'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한꺼번에 좇는 우즈는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10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스니드는 PGA투어 최다승 말고도 최고령 우승(52세10개월8일)과 최고령 컷 통과(67년2개월21일)이라는 두 개의 기록을 더 갖고 있다.
이 가운데 1965년 그레이터 그린즈버러 오픈에서 세운 최고령 우승 기록은 바람 앞에 촛불 신세라는 게 중평이다.
과학적 체력 관리를 받는 50대 선수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는 2015년 윈덤 챔피언십에서 51세4개월10일의 나이로 우승해 스니드의 기록에 근접했다.
PGA투어 안팎에서는 미컬슨이나 스티브 스트리커, 제리 켈리(이상 미국) 등이 스니드의 최고령 우승 기록을 깰 후보로 꼽는다.
하지만 스니드의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은 깨지기 어렵다고 보는 이가 많다.
오길비는 "67세가 되어서도 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이라면 PGA투어에서 우승을 노려볼 만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60대 중반이 넘어서까지 PGA투어에서 경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1923년 갤버스턴 오픈에서 해리 쿠퍼(미국)가 세운 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19세4일)은 어떨까.
리키 파울러(미국)는 "쉽지는 않겠지만, 워낙 골프 신동이 많으니 언젠가는 깨질 기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만 모이는 PGA투어에 10대 선수가 우승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쿠퍼 말고도 3명의 틴에이저가 PGA투어 정상에 섰다.
특히 19세11개월18일의 나이로 2013년 존 디어 클래식을 제패한 조던 스피스(미국)의 사례를 보면 파울러의 낙관적 전망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