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외무부는 프랑스에서 열린 이란 반체제 단체의 행사에서 폭탄 테러를 모의했다는 의혹은 이 단체의 자작극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주간 기자회견에서 "테러조직 '무자헤딘에할크'(MEK 또는 MKO)가 반이란, 반인륜적 여론 형성에 실패하자 이런 시나리오를 꾸몄다"면서 "이란과 유럽의 관계에 틈을 내려는 음모였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의혹이 2일 시작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스위스, 오스트리아 정상 방문에 맞춰진 점이 MEK의 악의적 공작을 방증하는 정황이라고 지목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대이란 제재 복원에 맞서 이란이 유럽 측과 여느 때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민감한 국면을 노린 정치적 음모라는 것이다.
벨기에 당국은 MEK의 정치적 전위조직 이란국민저항위원회(NCRI)가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연 연례 행사를 겨냥해 폭탄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이란계 부부, 오스트리아 주재 이란 외교관 등 4명을 체포했다고 2일 발표했다.
벨기에 경찰은 이들 부부의 집에서 폭발물과 기폭장치를 압수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와 관련, 3일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는 자국 주재 이란 대사관에 대한 외교관 면책 특권을 해제해 달라고 이란 정부에 요청했다.
거세미 대변인은 "이란 정부가 수차례 확인했듯 이란은 어떤 형태의 폭력이나 테러를 반대한다"면서 "우리가 입수한 정보로는 벨기에 당국이 체포했다는 용의자는 악명높은 테러조직 MEK의 조직원"이라고 주장했다.
MEK는 파리에 본부를 둔 대표적인 이란 반체제 단체다. 1960년대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며 설립됐다.
초기엔 미국과 친미 왕정에 반대했으나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친서방 노선으로 변신해 이란을 적대하는 서방의 암묵적인 지원 속에 이란의 신정일치 통치와 인권 탄압을 비판하고, 정권 전복을 주장한다.
1981년에는 이란 대통령과 총리를 살해하는 등 과격 무장 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현재는 이념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표방한다.
이란은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지만 미국은 2012년 국제테러단체 명단에서 제외했다. 서방 언론은 MEK를 이란 출신 망명자 조직이라고 칭한다.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연례 행사에는 미국과 유럽의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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