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은 관련 부처들의 부정적 의견들은 묵살된 채 대통령의 '통치 차원' 판단이라는 미명 아래 상명하달식으로 강행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 수십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의 허술한 추진 과정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국토부, 환경부 등이 4대강 사업 강행 시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대통령 입맛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공론화 기회를 박탈당했다. 정책 결정 과정이 정부 내부의 합리적 반론과 토론조차 봉쇄당한 채 진행돼 제왕적 국정운영의 폐해를 노출했고, 막대한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라는 부담을 국민이 떠안아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여론의 반대로 공약인 대운하 사업 중단을 발표했지만, 대신 하천정비사업 추진을 지시했다. 국토부는 낙동강 최저 수심을 2.5∼3m 정도로 하면 홍수예방과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토부 의견은 무시하고 "4대강 물그릇을 4.9억t에서 8억t으로 늘리고 최저 수심을 6m로까지 올리라"고 지시했다. 대선 때 참모조직인 대운하설계팀의 의견이었다. 국토부는 '사실상 대운하사업'이라고 판단해 반대입장이었지만,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최저 수심을 왜 6m로 해야 하는지 근거도 모른 채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고 한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정책 결정 과정이다.
환경부의 경고음도 무시됐다. 4대강 사업으로 보(洑)를 설치하게 되면 조류(녹조) 농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치가 나왔음에도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 달라"는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환경부는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오히려 환경부는 이후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4대강 모든 수역에서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맞춤형'으로 왜곡된 보고까지 했다. 오히려 그 결과는 해마다 녹조가 창궐하는 사태가 초래됐다. 최근 환경부 등이 4대강 수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보 설치전과 비교해 건강성 평가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감사 결과는 독단적 국정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공약 중단 선언을 했음에도 대운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대통령의 아집, 책임지지 않는 비선 참모팀의 월권, 존재 이유를 무시당한 내각의 무기력, 대통령 입맛에 따라 근거를 짜 맞추는 청와대와 전문가들의 그릇된 보좌 등이 맞물린 무책임 행정의 대표 사례이다. 객관성과 타당성이 뒷받침되지 않고 공론화도 무시된 채 대통령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공동체에 어떻게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4대강 감사를 네 차례나 거듭한 감사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감사는 착수 때부터 '정치감사' 논란을 낳았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필요성을 제기했고, 감사원은 다음 달 감사 방침을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의혹이 새로 제기된다면 감사는 열 번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은 감사원 자업자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사원은 국가 최고감사기구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 독립성이 생명이다. 전(前) 정부 때 국정 농단은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가 부실했던 것도 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감사원도 책임을 비켜가지 못한다. 왜 동일한 국책사업에 감사를 되풀이하는 지경이 됐는지 감사원도 반성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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