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채팅방서 논란…아시아나 "기존 간편식과는 다른 기내식"
기내식 지연·'노밀' 없지만, 정비문제로 LA편 6시간 지연
"'노밀' 보상 바우처 결국 회사수익으로?"…기내쇼핑 폭주에 안전문제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기내식 대란' 닷새째를 맞은 아시아나항공[020560]이 5일 기내식 제공이 없는 '노밀'(No Meal) 운항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상적인 식사가 아닌 '간편식'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꼼수'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따르면 이날 내부적으로 '노밀 제로'(No Meal Zero·기내식 미탑재 운항 없음) 방침이 전해졌다.
직원들에게 공지된 방침은 "5일 전편(장·중·단거리) 기내식 탑재 예정"이라는 것과, 이에 따라 승객들에게 문자메시지(UMS)나 카운터에서 기내식 미제공 사전 안내가 없다는 내용이다.
전날 박삼구 회장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내일부터는 '노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오후 6시 현재 기내식 공급 문제로 인한 지연 출발은 0건, '노밀' 운항도 0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오후 2시 인천을 떠나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떠날 예정이던 OZ202편이 항공기 결함으로 출발이 오후 8시로 약 6시간 지연된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비행기 오른쪽 날개 공기압 계통 결함이 발견돼 동일 기종으로 교체한 뒤 6시간 가량 지연 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표면적으로는 기내식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그러나 아시아나 직원 2천여명이 모인 익명 채팅방 등에서는 '꼼수' 논란이 일었다.
'간편식'으로 분류되는 브리토를 끼워 제공하면서 마치 정상적으로 기내식을 내어주는 것처럼 홍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브리토는 토르티야에 콩과 고기 등을 넣어 만든 멕시코 음식이다.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이 출시돼 있어 아시아나에서는 유럽이나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의 마지막 간편식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
채팅방에서는 "간편식 제공편은 '노밀' 비행기에서 제외하는 듯하다"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직원은 "회사는 간편식이라도 줬으니 '노밀'은 아니라고 나오는 모양"이라며 "(전날) 그래서 됐다고 하는데도 꾸역꾸역 브리토를 실었던 모양"이라고 떠올렸다.
다른 직원은 "오늘부터 회사는 공식적으로 '노밀' 서비스 항공편이 없다고 발표할 것"이라면서 "기내식이 100% 탑재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기내식 80%만 탑재하고 전편에 기내식 제공이라고 발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원은 "승객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식사를 받지 못하는 셈인데 임시방편을 사용해 마치 사태가 정상화 된 것처럼 포장하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관계자는 "오늘 운항하는 항공편 79편 전체에 기내식이 제공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일부 단거리 노선에 한해 브리토 등 간편식이 제공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생수와 요거트, 과일, 푸딩, 빵 등이 함께 들어 있는 '콤보박스'로 제공하기 때문에 기내식으로 볼 수 있다. 브리토만 제공하는 기존 간편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노밀'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하는 바우처(TCV)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YNAPHOTO path='AKR20180705032251003_03_i.jpg' id='AKR20180705032251003_0301' title='아시아나항공이 '노밀' 승객에게 지급한 바우처(TCV)' caption='[아시아나직원 제보방 캡쳐=연합뉴스]'/>
아시아나는 노선과 좌석 등급에 따라 '노밀' 승객에게 30∼50달러 상당의 TCV를 제공하고 있는데, TCV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기내 면세품 쇼핑밖에 없어 결국 아시아나가 면세품 판매 수익을 올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한 직원은 "현금성으로 지급하지만, 결국 면세품 판매에 따른 이익은 회사가 보게 된다"며 "쉽게 말해 내부거래인 셈이고, 면세품 원가를 고려하면 회사가 보상하는 액수가 실제보다 줄어들어 손해가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TCV 비용도 결국 기내식 공급 업체가 떠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계약 조건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런 부담 때문에 기내식 음식 포장을 맡은 재하청 협력업체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지경에 몰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한 TCV를 기내에서 바로 사용하려는 승객이 몰리며 착륙 직전까지도 승무원들이 면세품 판매를 하느라 위험한 비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팅방에 참여한 한 직원은 "착륙 전 1만 피트 전에는 승무원도 무조건 착석해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데, 손님들이 너도나도 기내면세품 구매에 나서 이를 처리하느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발 시각에 맞추려 기내식을 정상적인 루트로 비행기에 싣지 않고, 승객이 탑승하는 상황에서 객실 비상구를 열어 트레이를 밀어 넣는 위험한 작업까지 벌어졌다는 제보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이·착륙을 위한 안전활동 이후 면세품 판매는 없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기내식 탑재를 위해 승객 탑승 시 항공기 다른 도어를 오픈한 사례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안전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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