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둘러싼 외교능력 부각에 지지율↑…지방당원들에 지지 호소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각 지지율 상승이라는 순풍을 타고 자민당 총재 선거(9월 20일 예정) 3연임을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5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 지역 자민당 당원 모임에 참석해 지역 특산물인 배가 들어간 카레를 먹었다.
아베 총리는 "사이타마의 식재료가 들어간 카레를 많은 분이 맛봤으면 좋겠다"면서 "이걸 먹었으니 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며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사이타마현을 방문지로 정한 것은 6년 전 총재 선거에서 참패한 곳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당원 투표에서 아베 총리는 8표 중 2표를 얻는 데 그쳤고 경쟁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5표나 가져갔다.
아베 총리는 사이타마시를 시작으로 잇따라 지방 방문을 계획하며 총재 선거를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7일 가고시마(鹿兒島)현, 8일 미야자키(宮崎)현, 21일 효고(兵庫)현을 각각 방문해 지역 당원들과 만난다.
중·참의원의 과반 의석을 가진 자민당의 총재선거는 사실상 총리를 뽑는 자리다.
2012년부터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를 2기째 맡은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3연임을 달성,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방 당원들과 만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은 총재 선거에서 지방 당원들의 민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총재 선거는 당원과 서포터,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투표로 진행되는데, 만약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국회의원들만 참여해 결선 투표를 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총재 선거에서는 당원표 300표 중 87표(이시바 전 간사장 165표)를 얻는 데 그쳤다가 결선 투표에서 역전한 바 있어, 총재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지방 민심 공략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각 지지율 급락으로 한때 3연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자민당 총재 선거를 둘러싼 상황은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학 스캔들로 20%대까지 떨어질 위기에 처했던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이후 반등했다.
지난달 22~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나 오른 52%였다.
지지율 상승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재팬 패싱'(일본 배제) 지적이 있는 한반도 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은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서 동떨어진 발언을 하면서 재팬 패싱 비판을 받았지만,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가 거론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활발한 대미 외교가 부각됐다. 이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각 파벌의 움직임도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속한 호소다(細田)파(의원수 94명), 아소(麻生)파(의원수 59명), 니카이(二階)파(44명)로부터 변함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세 파벌 소속 의원은 197명으로 전체(405명)의 48.6%나 된다.
다만 파벌에 속하지 않은 의원 73명과 지지 인물을 밝히지 않는 다케시타(竹下)파(55명) 표심과 반(反)아베 파벌들의 합종연횡에 따라 판세가 뒤집힐 여지는 있다.
총재 선거가 두 달여로 다가온 만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 등 포스트 아베 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언론 노출을 늘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지방을 찾아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다 총무상 역시 공무를 겸한 지방 방문을 늘리고 있다.
아직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기시다 간사장 역시 기후(岐阜)현, 후쿠이(福井)현, 시즈오카(靜岡)현 등 지방 방문 일정을 앞두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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