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민변 측 참고인 소환해 '민변 대응전략' 문건 등 실행 여부 확인
국회 법사위 염두에 둔 부당거래 시도 정황 문건도…행정처 하드디스크 곧 조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 사건을 맡은 검찰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을 내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법원행정처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상대로 뒷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개혁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변을 상대로도 '사찰'을 벌였는지도 진위 규명에 나서는 등 수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양승태 사법부가 변호사 단체 등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에 응해달라고 전날 민변 측에 요청했다.
민변 관계자는 "누가 참고인으로 가는 게 적절할지는 검찰이 우리 측에 일임했다"며 "출석은 다음 주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관계자들의 컴퓨터를 조사해 확보한 의혹 관련 문건 410개에는 '(141229)민변대응전략', '(유실)상고법원 입법추진관련 민변 대응전략' 등 민변과 관련한 문서가 포함됐다.
민변은 해당 문건을 공개해 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행정처는 최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행정처로부터 410개 문건을 제출받은 검찰은 민변 관계자를 불러 해당 문건을 열람한 뒤 문건에 나온 대응방안이 실제로 실행됐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검찰은 문건 중 '(150317) 상고법원안위통과전략(나◇◇)'에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일선 법원의 재판을 압박 수단으로 삼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움직이려고 시도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문건에서는 행정처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이춘석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익산시의 박경철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거론한 대목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재판을 바라는 이 의원의 뜻과는 달리 재판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이 문건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간부들이 쓰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이미징(복제)해 검찰에 제공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워크스테이션) 3대를 새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이 동원한 3대 등 총 6대의 고성능 컴퓨터가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검찰은 대법원 청사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법원 측의 입회하에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복사할 방침이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저장장치 속 데이터를 삭제하는 기술) 방식으로 데이터가 손상된 하드디스크는 실물을 넘겨받아 복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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