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촬영에 과거보다 덜 민감…北관계자, 문재인 대통령 건강상태 묻기도
(평양·서울=연합뉴스) 평양공동취재단 이정진 기자 = 남북통일농구대회를 위해 지난 3일 방북한 우리 취재진의 눈에 비친 평양은 정부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집체극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남측 선수단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대규모 인원이 매일 목격됐다. 3일 저녁에는 중년 여성, 4일 저녁에는 청소년 위주였다. 4일에는 김일성광장은 물론 평양 대극장 앞에서도 청소년들이 운집해 있었다. 일부는 막대풍선 같은 도구를 들고 있기도 했다.
평양 곳곳에 설치된 선전 간판 등에서는 반미구호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선전 간판 숫자도 과거보다 상당히 줄었으며 그 내용도 '일심단결', '계속혁신, 계속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내부결속과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구호가 대부분이었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차량으로 시내를 이동할 때 바깥 풍경을 촬영하는 데도 과거보다 제지가 덜했다. 과거엔 외부 촬영을 아예 금지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북측 관계자는 "예전에는 불비한 모습이 나갈 수 있고 해서 막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초상이 찍힌 상황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측은 '혹시라도 최고존엄 초상이 걸려있는 장면이 삐뚤어지게 잡혔거나, 초상이 한 귀퉁이라도 잘린 채 나가는 건 굉장히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양해를 구하고 남측 기자들이 찍은 영상과 사진을 체크했다.
한 북측 관계자는 확인 도중 김 위원장 모습이 걸린 건물 사진이 잘 찍힌 것을 보고는 환한 표정으로 "아주 반듯하게 잘 모시었습니다"라며 만족해하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기자들끼리 고려호텔 정문 밖으로 나갈 때도 바로 제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남측 취재진을 위해 숙소인 고려호텔은 물론 농구경기가 열린 류경정주영체육관에도 프레스센터가 설치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프레스센터가 경기장 내부에 설치된 것은 아니어서 인터넷 사용을 위해선 경기장 밖으로 이동해야 했다.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는 서울로 연결되는 별도의 전화가 설치됐다.
여타 외국에서 걸 때와 마찬가지로 '0082'를 먼저 누르고 국내 번호를 누르는 방식으로 통화가 가능했다. 취재진 중 1명이 서울의 가족과 깨끗한 음질로 통화가 가능했다.
북측 관계자 일부는 남측 취재진에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 좋으신 거냐"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한편 농구경기장에서 장내 사회를 본 우리측 아나운서 박종민 씨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 노래 30곡을 경기 중간에 틀기 위해 준비했지만, 북측에서 막아 틀지 못했다고 박 씨가 전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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