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해소 정부대책…공공기관 면접응시자 성비 기록·관리
공공·금융기관 47곳 집중 근로감독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은행은 신규 채용을 할 때 합격자 가운데 남녀 비율을 경영공시에 포함해야 하며, 공공기관은 면접시험 응시자 성비를 기록·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47곳에 대해 집중 근로감독에 나선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여성 태스크포스(TF)는 5일 양성평등주간(7월 1∼7일)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표했다.
여성 TF는 최근 일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신입 직원 채용 과정의 성차별 사례가 적발된 것을 계기로 이를 근절하기 위해 이 방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91개 공공기관과 40개 금융기관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토대로 이달과 다음 달 중으로 성차별이 의심되는 기관에 대해 집중 근로감독에 나선다.
대상 기관은 채용시험 응시자와 합격자의 성비가 현격한 격차를 보이는 등 성차별이 의심되는 기관으로, 공공기관 29곳과 금융기관 18곳 등 모두 47개 기관이다.
정부는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현장 지도를 하되 위법 정도가 심할 경우 수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 직원 성비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성차별이 의심되면 근로감독을 하고 성차별 해소를 포함한 인사감사 계획을 세우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채용 과정의 성차별을 근절하고자 성차별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고의·반복적으로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등 성차별을 한 사업주는 처벌 수위를 현행법상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높이도록 법률 제·개정을 할 계획이다.
성차별이 명백한 고의로 행해졌거나 반복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피해자에게 손해 규모의 3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배상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법률 제·개정도 추진된다.
정부는 채용 과정의 성차별 사례 접수를 위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익명 신고를 포함한 '채용 성차별 신고·조사·구제 원스톱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채용 성차별 위반 집중신고 기간'을 둬 다수의 신고가 접수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하고 피해자 권리구제를 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은행이 신규 채용을 하면 최종 합격자 성비를 경영공시에 포함해 공개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에서는 면접 단계 성차별 예방을 위해 면접시험 응시자 성비를 기록·관리하게 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채용 프로세스 관리 표준 매뉴얼'과 '성평등 채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켜 성평등 채용 절차가 뿌리내리게 하고 여성 채용 우수 기업에는 공공조달 인센티브를 개선하는 등 혜택을 줄 방침이다.
일자리위가 이번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내놓은 데는 공공기관과 민간 대기업의 여성 채용 비율이 정체 상태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성차별 철폐를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인 상시 노동자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여성 입사자는 수년 동안 37% 수준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부의 실태조사 대상 금융기관 40곳 가운데 11곳에서는 채용시험 최종 합격자의 여성 비율이 응시자 여성 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 성차별이 의심됐다.
기존 여성 고용정책은 채용 결과에 초점을 맞춰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는 부족했던 것으로 일자리위는 보고 있다. 이번 대책은 성차별 예방에 주안점을 뒀다는 게 일자리위의 설명이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채용의 공정성 확보는 개별 기관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신뢰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의 민주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올 하반기 채용부터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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