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거대 복합그룹 하이항(海航·HNA)그룹이 왕젠(王健·57)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의 실족사로 그룹 미래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천펑(陳峰)이라는 공동 창업자가 있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왕 회장이 그간 해외기업 인수작업을 주도하며 실질적으로 자금을 동원, 운용해온 1인자였기 때문이다.
중국 민항국에서 함께 근무한 왕젠과 천펑이 1993년 창업한 하이항그룹은 여객기 4대로 항공업을 시작해 25년만에 전세계에 항공, 부동산, 호텔, 물류 사업을 거느린 총자산 1조 위안(170조원)의 다국적 기업으로 부상했다.
2016년 세계 10대 인수·합병(M&A) 거래 가운데 3건을 차지했을 정도다.
현재까지 누계 해외투자액이 4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내에서는 해외기업 사냥으로 유명한 완다(萬達), 푸싱(復星), 안방(安邦)과 함께 '4대 천왕'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하이항그룹은 각종 구설과 스캔들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에 도피해 있는 중국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지난해 10월 중국의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하이항그룹과 왕치산(王岐山) 당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가족간 유착관계를 폭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천펑은 2016년 불교철학과 노장철학 연구에 빠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 그룹의 실제 경영과 인수작업은 왕 회장이 책임져왔다.
왕 회장의 사망으로 앞으로 하이항그룹 경영에 일시적인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의 자본유출 통제 강화로 하이항그룹의 각종 인수작업이 표류하고 자금경색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왕 회장 실족사 소식이 전해진 이날도 하이항그룹 자회사 주식과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하이항그룹은 올해 들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며 130억 달러(14조5천억원) 이상의 해외자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하이항그룹의 홍콩 상장 계열사 CWT인터내셔널은 싱가포르 소재 창고 자산을 7억3천만 싱가포르달러(약 5천978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왕 회장의 사망에 따라 하이항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도 어떻게 변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이항그룹의 지분은 왕 회장과 천펑이 나란히 각각 14.98%를 보유하고 자선재단인 하이난성 츠항(慈航)공익기금이 22.75%를 갖고 있다.
하이항그룹은 지난해 7월 공개서한을 통해 이 같은 주주구성을 밝히면서 "모든 주주의 개인 동의를 거쳐 (대주주의) 퇴직, 또는 사망시에 츠항재단에 모든 지분을 기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왕 회장 소유 지분이 실제 츠항재단으로 넘어갈지 관심이다.
최근 미국에서 돌아온 천펑의 아들이 하이항그룹 경영진에 합류한 상태여서 2세 경영으로 넘어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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