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기업들 규제 개선 건의
(청주=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제조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그사이에 경쟁국에서 나온 제품이 시장을 선점할 우려가 있습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 당국이 5일 개최한 '투자지원 카라반(현장방문단)' 행사에서는 투자·신사업 등을 가로막는 규제나 열악한 산업단지 환경 등에 대한 기업 측의 불만이나 애로사항이 쏟아졌다.
이날 오송 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에서 당국자와 만난 기업 관계자는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거나 정부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치과용 기기 생산업체인 다이아덴트 측은 의료기기를 연구 개발한 후에 이를 제조하도록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조허가를 받는데 8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길게는 2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그러는 사이에 타국에서 유사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먼저 출시되면 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식품기업 풀무원은 시장 테스트용 제품 생산 기능을 갖춘 연구소를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오송2단지)에 짓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 부서와 시제품 생산 부서를 한곳에 모아두면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청북도 고시 때문에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고시는 오송2단지 연구시설 내에서 제조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규정했고 따라서 시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고시대로라면 오송2단지 연구시설에서는 제품 개발만 해야 하고 시장테스트용 제품은 익산이나 남원 등 타 지역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풀무원은 주요 글로벌 기업이 연구 개발과 시제품 생산을 동일한 시설 내에서 병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국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판단해 개선을 건의했다.
의약품 생산기업 A사는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의 땅을 산 뒤 2년 이내에 개발하도록 한 규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이는 산업 생산을 위한 땅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인데 용지 매입 후 2년 이내에 착공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2년 안에 사업 계획을 마련하고 설계도면까지 작성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때에 따라서는 땅을 산 후 다른 곳에 먼저 투자해야 할 수도 있고 자금 사정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기한을 최대 4년까지 연장해주면 회사의 사정에 맞춰 무리 없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산업단지 인근의 대중교통이나 문화시설 등 생활 기반이 열악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상윤 기획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은 "기업들은 많이 제기한 문제 중 하나는 산업단지 주변의 정주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었다"며 "기업들이 건의한 내용을 모아서 규제 개선이나 예산 지원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자지원 카라반은 전국 6개 산업단지에서 열렸다.
50여 개 기업 관계자가 당국자와 만나 경영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국세청, 조달청, 관할 지방자치단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이들은 기업이 제기한 문제를 취합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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