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방문 등으로 재계 지원사격…靑 "인도시장서 영향력 회복해야"
'결국 기업 움직여야 정책 성공' 지적 속 영향력 큰 현장 찾는 행보 가속
북미정상회담 무대 된 싱가포르서 '평화번영' 비전 제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오는 8일부터 5박 6일간 인도·싱가포르를 잇달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길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일정이다.
삼성전자가 6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만드는 인도 최대의 핸드폰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함으로써 문 대통령 인도 방문의 키워드는 단연 '기업 기 살리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일정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신흥시장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인도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앞장서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기자들을 만나 "세계 2위 규모인 인도의 인구가 조만간 1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제성장률도 7%대여서 새로운 터전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기업이 인도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현대가 인도에 들어가서 자동차시장을 개척했고 삼성전자와 엘지가 들어가 전자시장을 개척했다"면서 "이 중요성을 망각한 사이 중국, 일본이 물량공세를 벌였는데 이제는 우리 기업의 영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구상은 문 대통령의 신(新)남방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호혜적인 경제 발전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 구상에서 중국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인도는 그 종착점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인식이다.
유엔 역시 2040년이 되면 미국, 중국과 함께 인도가 주요 3개국(G3)을 이룰 것이라고 평가하는 만큼 잠재력을 지닌 이곳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것은 이번 인도 방문에서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기업 기 살리기' 행보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현 정부의 '제이노믹스 드라이브'와의 연관성이라는 시각이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 1년을 계기로 현 정부의 경제 분야 성과를 두고서는 부족하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더욱 이목을 끄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나는 장면이 실제로 연출된다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삼성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데 이어 노조 와해 의혹과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 등에 얽힌 갖가지 악재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된 상태이긴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일어난 '촛불 민심'의 명령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미묘한 관계 때문에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한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 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것을 그렇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퀘스천(의문)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일자리 늘리기를 비롯해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같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가 온전히 구현되려면 결국 기업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들의 기를 살려 경제성과 도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런 흐름에 주석을 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기조점검회의에서도 "청와대·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기업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이 한·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는 마힌드라 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한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 사드 배치로 어려움을 겪던 롯데 문제를 담판 짓는가 하면 중국의 현대차 공장을 찾아서 지원을 약속하는 등 대기업의 중대한 현안을 푸는 데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충칭(重慶) 방문 당시 "앞으로도 어려움을 만드는 대외적 요인이 있으면 정부가 앞장서서 해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인도 방문에서 대기업의 현지 활동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역시 이같은 기조의 일환으로, 일자리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계와 호흡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인도에 이어 방문하는 싱가포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넘어 아세안 지역의 평화번영과 관련한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 무대는 싱가포르의 정·재계, 관계, 학계, 언론계 등 여론 주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13일에 하는 '싱가포르 렉처'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평가하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평화에 기반을 둔 번영의 축을 만들어 내겠다는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