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이유 공개 안 한다…역대 최고 후보지만 최종 검증서 누구라도 탈락 가능"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신재우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모에서 유력 후보였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탈락한 데 대해 "청와대의 7대 비리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과 관련한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대 비리 기준에 걸리면 임용에서 원천 배제된다"며 "국민연금이 검증을 한 기관이 아니고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이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력한 후보였던 곽 전 대표는 최근 언론에 "공모과정 전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서 지원 권유 전화를 받았다.", "김성주 이사장이 전주로 불러 '본부장 취임'을 언급했다"는 등의 언급을 하면서 '청와대 인사 개입설' 등이 불거졌다.
김 이사장은 "곽 후보는 서류 심사에서 1등, 면접에서도 1등으로 역대 최고의 후보로 거론됐다"면서 "이 사람이 기금본부장을 맡으면 잘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구제를 해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스스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사람도 막판 검증에서는 낙마한다"며 "이것이 공직 임명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문답.
-- 곽 전 대표의 공모 탈락과 관련해 청와대 관여설, 내정설이 불거졌다.
▲ 청와대 인사 개입은 없고 코드인사도 없다. 인사 추천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만 그게 실제 (인선) 되는 것하고는 다르다. 장하성 실장이 어떻게 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청와대 유력 인사가 추천했는데 검증 벽 통과 안 된 것 자체가 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의 정확함을 더 보여주는 게 아닌가.
-- 4월 곽 전 대표와 만난 것이 사실인가.
▲ 그렇다. 공모 절차가 거의 끝난 시점으로 3명의 최종 후보로 압축된 지 오래였고 검증이 진행 중이었다. 곽 후보가 스스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인사추천위원에 말했기 때문에 검증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저의 인사원칙은 최종 결정을 제가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1급 실장급 인사 때도 복수의 인사를 제가 면접 인터뷰하고 결정했다. 3명의 후보를 다 만나보고 싶었다. 곽 후보를 만나보니 괜찮았다. 서류 심사에서도 1등, 직접 면접에서도 1등이었고, 면접 참여자가 역대 CIO 후보 중에 최고라고 이야기해줬다. 언론에서도 곽 후보에 대해 잡음이 없었다. 유력 후보라고 생각했기에 만나자고 연락했고, 이 정도면 다른 후보들은 굳이 안 만나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 애초 내정설이 파다했는데.
▲ 전혀 그렇지 않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제가 인사권자다. 장하성 실장과도 인사와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 누구든지 공모에 응할 수 있고 절차에 따라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진행한다. 후보들을 한 번도 만나보지 않고 임명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
-- 곽 후보는 왜 떨어졌나.
▲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7대 비리와 관련한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 국민연금이 검증을 한 기관이 아니고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응모했고,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보여줬다. 문제가 드러났지만 공개해서는 안 된다. 공개하면 누가 공공기관에 응모하겠나. 지켜야 할 원칙이다. 본인은 임용 안 된 이유를 알지만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
곽 후보에 대해서는 다 환영했다. 저도 흡족했다. 특히 어떤 정치적 백그라운드도 없는 게 마음에 들었다. 기금운용 맡기고 제도 개편에 전념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스스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사람도 막판 검증에서 낙마한다. 이것이 공직 임명시스템이다.
-- 지난 2월에 시작된 공모가 낙점자도 없이 너무 늦어진 이유는.
▲ (인사 과정에서) 예외없는 배제 사유에 걸렸는데 이 사람이 아까웠다. 기금운용본부장을 맡으면 잘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구제를 해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저는 '내가 책임지고 임명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만약 사실을 숨기고 임명했는데 야당과 언론이 공개하면 본인이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임명했는데 그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그런 리스크는 감당할 수 없다. 치명적인 문제에 본인이 심각하지 않다면 그것이 문제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내부 감사로 조직이 어수선하다.
▲ 국민연금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치를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다. 2017년도 기금운용성과가 최종적으로 승인됐다. 수익률 7.28%는 최근 5년간 최고로 축하를 받아야 했다. CEO와 CIO의 부재 중에 이룬 성과다. CIO는 공모로 좋은 사람 찾으면 되고 조직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 조인식 CIO 직무대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CIO가 또 공석이 됐다.
▲ 적폐청산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조 직무대리는 지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당시 투자위원이었는데, 다수가 찬성할 때 기권을 한 인물이다. 국민연금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 평가체계를 엄격하게 세웠다.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는 보상하고, 그렇지 못한 직원은 재계약에서 배제했다. 그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생기고 투서가 들어오자 조 직무대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삼성 합병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내부 혁신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건으로 마음이 아프다. 사표를 받지 않은 상태지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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