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도 예외없다'…글로벌 무역전쟁 전선확대 조짐

입력 2018-07-06 13:07  

'우방도 예외없다'…글로벌 무역전쟁 전선확대 조짐
미, EU·캐나다·멕시코에 '국가안보' 내세워 철강관세 강행
EU, 미국 겨냥 "적보다 못한 친구"…보복관세로 '맞불작전'
"자동차에도 20% 관세" vs "미 수출품 19% 보복관세대상"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무역공세는 우방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 이웃사촌인 캐나다·멕시코에 대해서도 '공정무역'이라는 명분 아래 '관세카드'를 내세워 대미(對美)수출을 줄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자국 시장 문턱을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맞서고 있고 미국은 더 큰 보복을 거론하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21세기 무역전쟁의 전선은 G2 경쟁대상국인 중국이나 냉전 시대 라이벌이었던 구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비롯해 여러 전쟁지역에서 피를 함께 나눴던 우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국익 앞에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방에 대한 미국의 무역공세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시작됐다.
미국은 지난 3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결정했다.



미국은 한때 이들 우방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를 남기며 관세부과 강행을 유예했지만 지난 6월 1일부터 결국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의 명분으로 국가안보를 내세운 데 대해 "우방인 우리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말이냐"고 펄쩍 뛰며 반발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강행하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세운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호무역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의 태도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적보다도 못한 친구'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부과에 대해 "모욕적", "터무니없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보복방침을 밝힌 데 대해 "실수"라고 비판하자 "미국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U와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부과 강행에 대해 보복에도 나섰다.
EU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렌지, 땅콩버터,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수입품 180개 품목에 대해 28억 유로(3조 6천억 원 상당)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규모에 비례해서 내려진 조치다.
EU는 당초 7월께 이런 보복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응시점을 앞당기며 EU의 단호한 의지를 과시했다.



아울러 EU는 미국의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분쟁 해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캐나다는 지난 1일부터 위스키, 케첩, 초콜릿, 오렌지 주스 등 미국산 제품 50여 가지에 대해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연간 125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 캐나다는 미국 유력 정치인들의 출신 지역 제품을 정교하게 골라 보복에 나섬으로써 이들 정치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부과 철회를 압박하도록 하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구사했다.
멕시코는 지난달 6일부터 미국산 철강, 치즈, 위스키 등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5일부터는 돼지고기에 20%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미국은 더 강력한 재보복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의 반발을 제압하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이들 국가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정면승부를 선언해 무역전쟁의 전선이 확대될 조짐마저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트위터를 통해 EU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제거하지 않으면 EU에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차량 부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하라고 미 상무부에 지시한 데 이어 구체적인 관세율까지 언급하며 다시 EU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EU는 미국이 자동차에도 관세를 부과하려는 데 대해 "정당하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이를 강행하면 그에 상응해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또 EU는 지난달 29일 미국 상무부에 10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보내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부과를 강행하면 미국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 수출의 19%에 해당하는 2천940억 달러(329조 원 상당)의 수출품이 보복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맞불작전'을 폈다.
다만 EU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대해 강경대응책뿐만 아니라 협상을 통한 해결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4일 의회 답변에서 "우리에게는 현재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가 있고 훨씬 더 심각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부과 위협을 언급한 뒤 "이 갈등이 실제 전쟁이 되지 않게 진정시키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융커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이달 말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무역분쟁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EU 간 무역갈등을 풀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도 언급되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최근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 대사가 독일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EU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위협을 중단할 것'이라며 '무관세 해법'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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