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편의점 비웃는 고물가에 피서객 경악, 곳곳에서 불만
지자체 피서지 물가대책 상황실 운영, 바가지요금 근절 캠페인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주변에 다른 상점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 먹기는 하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은 들죠. 마트나 편의점에서 1천원도 안 하는 컵라면을 2∼3배씩 받고 끓여주니까 먹으면서도 괜히 속는 것 같고 불쾌하죠. 휴가 보내러 와서 괜히 기분만 망치고 가는 것 같아요."
전북 전주에 사는 양모(57·여)씨는 지난해 가족과 함께 동해안에 있는 유명 해수욕장을 찾았다.
톡톡 터지는 파도와 향긋한 바닷바람, 고운 모래는 일상에 지친 양씨 가족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줬다.
해수욕장 매점에 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물놀이를 하다가 허기를 느낀 양씨는 간이매점에 들러 컵라면과 찐 달걀, 생수를 각 3개씩 주문했다.
호주머니에서 1천원 지폐 몇 장을 주섬주섬 꺼내던 양씨는 매점 종업원이 요구하는 금액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만8천원 입니다"
해수욕장에서 파는 먹거리는 편의점의 그것과 몸값이 달랐다.
양씨가 가격을 매긴 이유를 묻자 종업원은 "컵라면은 개당 3천원이고요. 생수는 2천원, 찐 달걀 하나에 천원이에요"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양씨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지갑에서 1만원권 지폐 2장을 꺼내 종업원에게 건넸다.
무더위에 지친 양씨는 달아오른 백사장을 지나 큰길을 건너 편의점에 갈 기운이 없었다.
양씨는 지금도 그때 기억을 곱씹으며 "올해는 절대 해수욕장에서 음식을 사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휴가철을 맞아 유명 피서지를 낀 지자체는 터무니없는 고물가, 이른바 '바가지요금' 근절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운대와 광안리 등 해마다 수백만 인파가 몰리는 유명 해수욕장이 있는 부산시는 6월부터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7월부터는 '부당요금 신고센터'를 설치한다.
물가 합동지도점검반을 7개 해수욕장에 투입해 불공정 상행위도 점검한다.
강원 동해시도 마찬가지로 종합상황실과 소비자 상담실을 운영하고 가격 부당 인상 업소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심규언 시장은 11일 지역 상인회와 함께 '불법 바가지요금 근절 캠페인'을 하고 협정 가격을 준수하도록 당부할 예정이다.
상인회와 협의한 가격은 파라솔과 고무 튜브 대여비 각 1만원, 소주 4천원 등으로 합리적인 안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육지로 둘러싸여 바다가 없는 충북도 휴가철 바가지요금 근절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괴산 청천계곡과 제천 송계계곡 등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유명 계곡에 불법 상행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단속에 주력할 방침이다.
단속에는 지자체와 경찰, 소비자단체가 함께한다.
도 홈페이지에는 매월 가격동향을 게시해 소비자가 부당요금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도권 대표 해수욕장인 응왕리·왕산 해수욕장이 자리잡은 인천시는 그동안 기준이 없었던 백사장 파라솔과 텐트 설치구역 요금 안을 마련했다.
하루 기준 백사장 사용료는 5인 이하 5천원, 6∼10인 7천원, 11인 이상 1만원으로 피서객이 부담 없이 파라솔과 텐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유명 해수욕장이 있는 충남 보령시와 경남 거제시, 전북 부안군, 울산시, 제주시 등도 상인회와 합리적인 요금을 정하고 부당한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단속하고 있다.
동해시 관계자는 "행락철 바가지요금은 피서객 소비 심리를 위축할 뿐만 아니라 관광객 감소, 지역 경기 둔화 등 지역경제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물가 안정 대책을 철저히 추진해 관광지 경기를 부양하고 명품 관광도시로서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변지철, 이정훈, 손현규, 박주영, 김재홍, 이해용, 전창해, 이승형, 장영은, 정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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