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용부진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준금리 또 동결 유력

입력 2018-07-08 06:25  

한은, 고용부진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준금리 또 동결 유력
금리 추가 인상은 언제…경제 성장률 전망치 3% 유지 여부도 주목
한미 금리역전 폭 확대는 금리동결 부담 요인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경기와 물가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 등 리스크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또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12일 올해 하반기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수정 경제전망도 내놓는다.
8일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연 1.50%로 동결된다는 전망에 크게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일 연중 최저로 떨어지며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인상의견이 소수의견으로 나올 거란 예상도 일부 있다.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유지할지, 0.1%포인트 낮출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에 금리가 동결되면 작년 11월 인상된 이후 다섯번째다. 한은이 완화 정도 축소로 방향을 틀었지만 8개월째 진전이 없는 것이다.
한은은 여전히 통화정책의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한다.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놔야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며 한미 금리역전 폭이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 목표(연 2%)에 비해 크게 낮은 물가 상승률이 당장 발목을 잡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분기 1.3%였고 2분기에 간신히 1.5%를 기록했다. 6월엔 근원물가 상승률이 1.2%로 떨어졌다.
물가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가 좋아지고 고용사정이 개선되면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난다.
지금은 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등 '고용쇼크'라고 할 만한 상황이다.
그래도 아직 한국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이번에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추더라도 잠재성장률 수준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분기 평균 0.82%∼0.86% 성장하면 연간 3% 성장하게 된다고 추산했다.
국제유가 상승세 등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도 점차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 미 금리 인상 가속 등 리스크가 쌓이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이다.
6일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부과를 개시하고 중국이 즉각 보복을 경고하며 세계 양대 강대국간 패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무역분쟁 대상이 자동차로 확산할지가 세계 경제 향방에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적어도 11월 미 중간선거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상력 강화를 위해 자동차 관세부과 계획을 서둘러 마련할 것이란 예상도 많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올해는 아직 주요 국가의 경제지표에 반영되진 않지만 내년부터 세계 경제에 어떤 충격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영향을 많이 받는 주요 국가로 꼽히고 있다.

미 금리 인상도 큰 변수다. 미 경제가 '나홀로 질주'를 계속해 미 연준이 인상 속도를 높이게 될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빨려가는 과정에 신흥국들이 휘청거리고 금융불안이 전염되는 시나리오는 늘 경계 대상이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내외금리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게 해둬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현재 미 금리가 0.50%포인트 높은데 한은이 7, 8월에 동결하고 연준이 9월에 인상하면 차이는 0.75%포인트로 커진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는 딜레마다. 여전히 강한 증가세를 누를 필요가 있지만 일부 지방 주택가격이 하락하며 가계부채의 부실화 우려도 커졌다.
금융시장에선 당초엔 7월 인상 전망이 많았다. 상반기엔 총재 교체, 선거 등 기술적 이유가 걸림돌이라고 했다.
최근엔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등 4분기 이후로 예상 시기를 늦추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한은이 실기해서 올해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월 인상 기대도 아직 남아있다.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면 다음 달 가능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연구실장은 "이달에 시그널이 없으면 8월에도 올리기 어려울 것이고 9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을 본 뒤 10월, 11월에 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하방 리스크가 실제 지표에 반영되면 올해 아예 안 올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니까 우리도 올려야 한다고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경기와 물가 안 받쳐주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률 전망치는 3.0%를 유지하며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하거나 0.1%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성장률 전망치를 정부는 3.0% 전망을 유지하고 한은은 0.1%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내수 경기와 미중 무역갈등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올리면 안 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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