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없고 키 작다고 비판받던 픽퍼드, 16강·8강서 연이어 슈퍼세이브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잉글랜드가 스웨덴을 2-0으로 꺾은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전 최우수선수(MOM·맨오브더매치)는 선제골을 넣은 해리 매과이어도, 쐐기골을 넣은 델리 알리도 아니었다.
스웨덴의 세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모두 막으며 이번 대회 자신의 첫 클린시트에 성공한 골키퍼 조던 픽퍼드(24·에버턴)였다.
픽퍼드는 8일(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경기에서 거의 골로 연결될 뻔한 스웨덴의 후반전 세 번의 만회골 시도를 모두 무산시켰다.
첫 위기는 후반 2분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마음이 급해진 스웨덴은 후반 들어 공세적으로 나섰다. 마르쿠스 베리가 루드비그 아우구스틴손의 크로스를 받아 강력한 헤딩 슛으로 골문을 공략했으나 픽퍼드가 쳐냈다.
전반에 1개의 슈팅만을 기록했던 스웨덴이 처음 맞은 절호의 동점골 찬스는 그렇게 무산됐다.
이후 알리의 추가골로 잉글랜드가 2-0으로 앞서던 후반 16분 골대 정면에서 찬 스웨덴 빅토르 클라손의 오른발 슈팅도 픽퍼드가 몸을 던져 막았다.
이어 후반 26분 베리의 왼발 슈팅도 픽퍼드의 손끝에 걸려 골대를 넘겼다.
그야말로 '선방 해트트릭'이었다.
24년 만의 4강 진출을 향한 스웨덴의 도전은 그렇게 픽퍼드에 막혀 마무리됐다. 특히 베리는 이번 대회 15개의 슈팅, 8개의 유효슈팅을 날리고도 1골도 넣지 못한 채 돌아가게 됐다.
픽퍼드는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 잉글랜드의 오랜 '승부차기 저주'를 끊어낸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 픽퍼드는 승부차기에서 콜롬비아 다섯 번째 키커인 카를로스 바카의 슈팅을 왼손으로 막아냈다.
이번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해리 케인과 더불어 잉글랜드 최대 영웅으로 떠오른 픽퍼드는 이번 경기를 포함해도 A매치 출전 경험이 8경기에 불과한 국제무대 '새내기'다.
임대생 생활을 전전하다 2016년 원소속팀 선덜랜드로 돌아가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고 이듬해 영국 골키퍼 중 최고 몸값을 받고 에버턴으로 이적했다.
A매치 데뷔전은 지난해 10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치렀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국제무대 경험이 일천한 그를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했을 때는 논란도 일었다.
A매치 75경기 출전의 조 하트(맨체스터 시티)가 1순위로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픽퍼드에게 등번호 1번을 부여했고, 러시아 월드컵 전 경기에 선발로 세웠다.
조별리그에서의 활약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한 차례도 무실점에 성공하지 못했고, 이번 경기 전까지 선방 개수는 7개로 20위권 밖이었다.
조별리그 마지막 벨기에전에선 아드난 야누자이의 골을 막지 못한 후 비난도 받았다.
티보 쿠르투아(첼시) 벨기에 골키퍼는 185㎝인 픽퍼드를 가리켜 "톱클래스 골키퍼가 되기엔 키가 작다"고 말했고 같은 잉글랜드의 전 축구선수 게리 네빌조차 야누자이의 골을 막으려던 픽퍼드의 시도가 "조금 이상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픽퍼드의 능력은 중요한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콜롬비아전과 스웨덴전에서 보여준 픽퍼드의 눈부신 선방은 픽퍼드의 잉글랜드 NO.1 골키퍼 자격뿐만 아니라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혜안도 입증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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