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오늘은 완벽한 날이다. 이제 야생 멧돼지 축구팀원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엄청난 성과다"
보름간 동굴에 갇혔던 태국 소년 4명이 8일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온 뒤 구조현장을 지휘한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이렇게 이날 성과를 표현했다.
지난달 23일 동굴에 들어가 보름을 버틴 아이 4명이 기적과도 같이 생환한 데는 목숨을 건 구조대원들의 헌신이 있었다.
특히 동굴 안에 계속 차오르는 물과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통로 등 악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적용한 다양한 구조기술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조에 투입된 국제구조전문가 13명과 태국 구조대원 5명은 2명씩 한 조를 이뤄 생존자를 한 명씩 동굴 밖으로 인도했다.
앞장을 선 구조대원과 생존자, 뒤를 받친 구조대원은 로프로 서로 연결했다.
동굴 내 수중 시야가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탁한 상황에서 수영과 잠수에 익숙하지 않은 생존자들이 헤드 랜턴을 켜고 앞서 나가는 구조대원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또 이들이 잠수와 수영을 반복해 헤쳐나온 1.7㎞가량의 침수 구간에는 방향유도 로프도 설치됐다. 어두운 물속에서 로프만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대비한 것이다.
폭과 높이가 60㎝∼1m 내외로 성인이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는 'U자형'의 최대 난코스에서는 한 명의 구조대원이 생존자의 공기통을 벗겨 들고 앞서 통과했다.
잠수에 익숙지 않은 생존자가 물속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려 패닉 상태에 빠지면 공기통과 연결된 호흡기를 착용한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를 대비해 생존자들에게는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전면마스크를 사용하도록 했다.
동굴 구조전문가들은 잠수 초보인 소년들에게 침수 구간을 헤엄치거나 잠수해 나오도록 하는 방식이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가장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런 세심한 배려와 철저한 준비가 닷새 남짓 수영과 잠수법을 배운 아이들의 무사 귀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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